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영수 특검 ‘악연’
[일요신문] “이쯤 되면 악연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와 SK 최태원 회장 이야기다. 박 대통령과 재벌총수간의 뇌물 등 특혜 대가 의혹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가운데 재계에선 자신들의 총수에게로 칼날이 향하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형국이다.
특히, SK는 최태원 회장의 사면복권 관련 박 대통령 등 청와대와의 대가성 거래의혹이 특검 수사선상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져 초긴장하고 있다. 이에 최 회장과 SK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수사 바로 다음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특검은 삼성그룹 외에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요구를 받은 것이 아니라 대가를 바라고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 씨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6일에는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박 대통령의 뇌물죄 수사에서 삼성그룹만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검찰이 SK그룹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다 중단한 부분도 수사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이 삼성 다음으로 SK를 지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 속에 박영수 특검과 최태원 SK회장의 과거 인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박 특검은 2003년 SK글로벌(현재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면서 최 회장을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이번에 최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될 경우, 14년 만에 박 특검과 최 회장의 조우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의 구속기소 여부도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연합뉴스
한편, SK그룹은 2015년 10월 출범한 미르재단과 지난해 2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 모두 111억 원을 지원했다. 특검은 2015년 8월10일 김영태 당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이 복역하고 있던 최 회장을 면회하면서 사면복권이 결정됐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녹음파일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특검은 최 회장이 사면복권의 대가도 SK그룹이 재단 등에 출연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최 회장은 지난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재벌총수들과 함께 참석해 사면복권 대가로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했다는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SK그룹 측도 “다른 대기업들처럼 SK그룹도 전경련에서 할당받은 대로 출연했을 뿐”이라며 대가성 거래 의혹을 반박했다.
최 회장이 특검수사가 진행되면 성실히 임할 것이란 입장이지만, 특검수사에 따라 뇌물죄와 위증죄까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특검과 최 회장의 조우 결말이 악연으로 끝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