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6일 A 씨 등 9명은 한 유명 주식 및 선물거래 리딩 업체 B 투자클럽 대표 전문가 이 아무개 씨와 B 투자클럽을 소유한 C 인베스트먼트 대표 한 아무개 씨를 사기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고소했다. A 씨 등에 따르면 “이 씨는 자신이 만들었다는 프로그램의 신호만 따라 하면 승률 87%로 선물거래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의 강의를 하며 고급 승용차를 구매한 사진을 인증하기도 했다.
C 인베스트먼트 소유인 B 투자클럽은 이 씨 등 자칭 투자전문가 5명의 투자 강의를 유료로 제공하는 웹사이트다. 기본 가입비는 약 50만 원 수준으로 투자자가 가입비를 입금하면 주식과 선물 거래가 가능한 HTS(Home Trading System)를 제공받게 된다.
문제는 투자클럽의 투자 전문가 이 씨 등이 내세운 자신의 정보와 경력은 사실이 아니며 불법적인 방식으로 대여 계좌를 유도했다는 점이다. 방송에서 30대 중반의 유학생 출신으로 여의도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이 씨는 “C 인베스트먼트가 방송을 이끌어달라고 제의해 와서 B 투자클럽 대표 전문가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27세에 불과했으며 한 씨와는 모자 관계로 드러났다. 이들 모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한 고급 빌라에 같이 거주하고 있었다.
한 씨와 이 씨 모자가 거주하는 분당 구미동의 한 고급 빌라.
모자의 구미동 자택은 C 인베스트먼트의 사업자등록지로 확인됐다. 이 주소는 투자클럽 하단에 나와 있는 사업장 주소지와는 또 다른 주소였다. 투자클럽에서 밝힌 사업장 주소인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한 오피스텔이었다. 하지만 이 오피스텔에는 B 투자클럽이나 C 인베스트먼트의 상호로 영업 중인 회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투자클럽 관계자는 백현동의 오피스텔에서 사업장을 운영 중이냐는 질문에 “그런 오피스텔은 모른다. 우리는 판교에 위치했다”며 “이 씨는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다. 우리 회사 소속도 아니며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가장 믿을 만한 대여 계좌”라며 주기적으로 바뀐 계좌번호를 투자금 입금처로 사용했다. 이제까지 파악된 계좌는 15개로 모두 주식회사나 유한회사의 계좌였다. 이 가운데 대구의 유한회사 2곳 대표는 같은 인물로 확인됐다. 고소인들은 “개인의 차명계좌를 사는 행위가 불법이니 유령회사를 만들어 돈을 끌어 모으는 조직적 사기”라고 주장했다. 투자클럽은 이에 대해 “HTS는 우리와 전혀 관계 없는 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씨 등의 전문가 의견에 반대하는 글을 올려 차단당한 회원들은 “만약 전문가의 투자 의견을 반대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면 그 즉시 투자클럽에서 차단당하는데 거의 몇 분 만에 HTS에서도 동시에 차단된다. 이렇게 차단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감사 후기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고소인 등은 “감사 후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같은 수익을 올린 사진이 여럿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이 감사 후기를 살펴본 결과 같은 아이디로 일정 시기가 지난 뒤 동일한 사진이 게재된 사례가 확인됐다.
다른 날 같은 사진이 올라와 조작 의혹이 제기된 한 회원의 사진. 투자클럽 캡처.
2015년 10월 15일 B 투자클럽 베스트 감사 후기에는 ‘흰XXX’ 라는 아이디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이 글은 “한 달 너무 뿌듯하게 마감했다”며 ‘이 대표의 특허 수익 먹기’로 약 170만 원을 번 차트를 올렸다. 동시에 현금과 명품 등 인증 사진을 올렸는데 이 아이디 사용자는 5개월 뒤인 2016년 3월 28일 다시 같은 사진을 재사용해 “지난주 수익으로 쇼핑했어요”라는 글과 함께 공개했다.
조작 의혹에 휩싸인 감사 후기 캡처.
뿐만 아니었다. 복수의 아이디가 시간차를 두고 같은 수익 내용을 교묘하게 잘라 붙인 채 올린 게시물도 있었다. ‘꼬XX’ 회원은 지난해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약 240만 원을 벌었다며 자신의 계좌 인증 사진을 각 날짜별 수익과 함께 8월 11일에 게시했다. 약 3주 정도 지난 지난해 9월 1일 매XXX 회원 역시 약 240만 원을 벌었다는 게시글과 계좌 인증 사진을 올렸는데 올라온 사진의 수익은 꼬XX 회원의 8월 각 날짜별 수익과 정확히 일치했다. 다만 날짜 부분만 교묘히 잘려 있었다.
한편 이 웹사이트는 <일요신문>이 취재 내용을 알리자마자 일요신문사의 인터넷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직전까지 원활하게 접속되던 웹사이트는 현재 “접속 제한된 IP입니다”라고 표시된 채 접속되지 않았다. 통화 이력이 있는 취재진의 전화 역시 1차 통화 뒤 연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른 번호로는 정상적으로 통화 가능했다.
이후 이 웹사이트 관계자는 변호인을 거쳐 “감사후기를 올리면 유료 방송 시청 기한을 연장해 주는 등의 혜택을 줘 왔다. 가입고객 가운데 일부가 혜택을 받으려 사진을 중복사용했다”고 알려왔다.
고소인 9명은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 각각 약 5500만 원씩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의 회원수는 약 2000명 이상으로 알려져 만약 경찰 수사에서 사기 행각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