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것은 강 전 장관이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던 ‘검사들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뒷얘기와 취임 초기 법무부의 오래된 관습을 타파해가는 모습을 그린 내용이었다.
2003년 7월 강 전 장관은 검사들에게 직접 자신이 쓴 편지를 발송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는 취임 초기 ‘검사와의 대화’에 이은 ‘검란 파동’ 등으로 강 전 장관과 검찰 간에 긴장 관계가 상당히 고조되던 시기였다.
‘내가 그 편지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진실을 추구하고 권력을 다루는 기관이 견지해야 할 사심 없는 자세와 철학, 겸허함 그리고 그를 위한 개혁의 필요성이었다. 그런데 검사들은 이 ‘전사’ 이야기보다는 편지 앞머리에서 어느 검사를 ‘눈사람’에 비유하고, ‘여러분을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한 것에 더 방점을 두고 편지를 읽었다. 검찰 밖으로부터도 검사에 대한 지나친 애정 표현이라면서 검찰에 동화된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들렸다. (중략) 어느 검찰청에서는 편지를 보낸 오후쯤 차장검사가 갑자기 검사장 방에 뛰어들어오며 ‘장관님 편지가 왔다’고 보고할 정도로, 검찰 전체에는 느닷없는 편지로 인한 자그만 소란이 일어났다. 토론회에 참가하였던 K 검사는 나중에 몇 사람이 모여 편지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진심인 것으로 판정을 내렸다고 했고, 전국에서 수십 통의 답신을 받았는데 어느 여검사는 울었다고 했고, 대부분이 자신들의 진심, 처지를 이해해 주어 감사하다는 글들이었다.’
장관 취임 초기 관습화된 부서 내의 딱딱한 문화를 바꿔나간 과정도 소개했다.
‘또 한 가지는 내가 직원들 방에 들어서니 갑자기 다 일어나서는 일렬로 줄지어 서서 ‘차렷! 경례!’를 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사회가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는 상명하복 규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되어 있고, 또한 법무부가 질서 유지를 담당한 부서이긴 하나 이 차렷 경례의 일상 문화는 아무래도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인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서로 품위를 지키면서. 차렷 경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위공직자에 해당하는 검사장, 부장검사들의 인사발령에 따른 신고식에서도 이어졌다. 나는 차렷 경례는 일절 못하게 하고 검사들의 경우에는 차례로 악수를 나눈 후 가벼운 다과를 준비해 둘러서서 환담하는 자리로 바꾸었다. (중략)
우선은 장관 집무실 옆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방의 소파가 문제였다. 큼직한 1인용 소파 두 개를 조금 비스듬히 마주보게 놓고, 맞은편에 두 개를 더 놓아서 4인조 소파를 만들고, 열댓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타원형 탁자를 새로 들여놓았다. 처음에 차관께서 참 염려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나중에는 내가 하도 이것저것 없던 방식으로 마음대로 막 바꿔대서 걱정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 이것도 참 괜찮네’ 하셨다고 한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