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충남 아산에 있는 순천향대학교(총장 서교일)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가 지원하는 각종 지원사업을 무더기로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순천향대 일가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조명되면서 순천향대에 특혜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역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순천향대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을 잇따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받은 사업의 숫자는 2013년 4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도 10건, 2015년도에는 18건으로 3~4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교육부의 주요 지원사업 중 CK(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ACE(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 고교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PRIME(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LINC(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등 5건을 잇따라 따냈다. 특히 충청권 대학 중 유일하게 450억 원(3년 간) 규모의 PRIME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순천향대가 최근 5년 간 교육부 지원사업으로 받은 지원액은 2012년 70억 원, 2013년 45억 원에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4년에는 81억 원, 2015년 92억, 2016년 235억 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16년의 경우, 전년도 보다 3배나 늘어났으며 이는 특혜의 중심에 선 이화여자대학교보다 50억여 원이 많았다. 이는 전국 사립대 중 성균관대(340억 원), 영남대(237억 원)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높은 순위다.
이에 대해 지역대학들은 순천향대와 최순실 일가 사이의 친분이 ‘특혜’ 수준의 지원을 이끌어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지역대학 관계자는 “순천향대는 지역 내 다른 학교들이 하나도 선정되기 어려운 주요 사업을 5개나 받았다. 최순실 일가와 순천향대 사이가 특별하다는 것은 최근 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특혜의혹이 번지는 것을 꺼리는 눈치”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의심은 최근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에 순천향대가 자주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30일 경기 화성시 골프장 기흥CC에서 열린 고 이상달 정강중기 회장의 8주기 추모식에 서교일(57) 순천향대총장과 서유성(59) 순천향대 서울병원장이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순천향대와 우병우 일가 사이의 관계가 주목받았다.
이상달 전 회장은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인이다. 추모식이 열린 기흥CC는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의 소유다. 서교일 총장과 서유성 원장은 매년 이상달 회장의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순천향대와 이상달 전 회장은 각별한 사이였음을 뜻한다.
이 전 회장 일가는 순천향대 서울병원의 단골고객 이었다.
이 전 회장은 순천향대에 총 3억 원을 기탁했으며 순천향대는 이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이 전 회장의 호를 딴 ‘청원홀’을 만들기도 했다.
이상달 전 회장의 딸 4명은 모두 순천향대에서 출산했다. 이 전 회장의 차녀이자 우병우 전 수석의 아내인 이민정씨도 이 병원에서 아들을 출산했으며 현재 청와대 비선의료의 핵심인물을 추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임순 산부인과 교수가 담당했다.
이 교수는 최순실 일가의 ‘주치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와 10년 간 알고 지냈으며 또한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 씨와 그 딸 장시호 씨도 이 교수에게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최순실 씨의 지인인 하정희(40) 씨가 지난해 9월 순천향대 조교수로 채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 관계에 대한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하 씨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최순실 씨와 연결시켜준 인물이다. 우병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씨와는 골프를 치는 사이였던 것도 밝혀졌다.
하 씨는 현재 향설나눔대학 조교수로, 1학년 학생들의 문화와 레저 관련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향설나눔대학의 대부분의 과목은 기존의 교수들이 가르치고 있지만 하 씨가 가르치는 ‘라틴아메리카 댄스’와 ‘현대문화와 스포츠’라는 과목은 하 씨의 채용과 함께 신설됐다. 또한 지난해 2학기에 채용된 이는 하 씨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하 씨는 최순실의 개입으로 순천향대에 특별채용 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순천향대 관계자는 “하 씨의 분야는 학생들의 수요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신설된 것이다. 교수보다는 전문가가 필요했다”라며 “이 부분은 ACE 사업계획에도 이미 나온 상황이며 채용은 공개모집으로 이뤄졌다”고 일축했다.
이외에도 최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발견된 ‘주사 아줌마’의 실제 인물도 순천향대병원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출신 인물로 추측되고 있다.
이같이 드러난 정황으로 비춰보아 최순실, 우병우, 순천향대 사이에는 강한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순천향대의 교육부 지원사업 ‘특혜의혹’에 대한 심증이 커지는 이유다.
지난해 12월21일 국회 대정부질무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서울마포갑)은 “순천향대는 CK(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에서 충북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도 선정됐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CK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2014년에 신설된 사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점수를 산정하는 방식에서 오해가 있었다”며 “평가 시에는 대학의 이름은 가리고 진행하며 각 대학별로 평가 항목과 평가 방식도 다 공시 했다. 7명의 심사위원이 있는데 한 두 명의 평가를 바꾼다고 결과가 뒤바뀔 순 없다”고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대학별 평가 점수를 공개할 수 있느냐”의 질문에는 “대학들이 민감하게 보는 부분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잘라 말해 의혹을 짙게 했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일련의 특혜의혹에 대해 “교육사업이 늘어난 것은 ACE와 프라임을 운영하는 정도다. 대학에게는 연구와 교육을 모두 수행하는 BK사업이 의미가 크다. 그러나 순천향대는 BK사업에는 선정되지 못했다”라며 “사업의 수가 많아진 것은 지원기관이 기존의 사업을 구조나 명칭을 바꾸는 과도기에서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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