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선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였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왼쪽)과 장충기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은 불구속 결정을 했다. 사진=최준필·고성준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특검팀 수사 선상에 오른 재벌 총수 중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정례 브리핑에서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함에 있어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사안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 씨 측에 430억 원대 돈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삼성 합병을 도와준 데 대한 답례로 최 씨를 지원했다는 건데, 여기에는 일반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를 모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또 이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려 일부 지원 자금을 마련했다고 보고 특경가법 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고 밝혔다.
반면 최 씨 지원의 실무를 맡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 수뇌부는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이번 특검팀의 ‘이재용 집중’ 결정을 놓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독박을 씌워 삼성을 잡고, 박 대통령을 넘겠다는 특검의 의지’라는 풀이가 나온다.
재경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이재용 부회장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 부회장에게 두목으로서 각종 책임을 안고 가라고 씌워 법원이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부담을 주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특검의 이번 판단을 풀이하면,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운영에 차질을 고려해 구속 범위를 최소화했다며 비판을 피하려 한 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특검의 결정이 지나치게 ‘정치와 여론’에 휩쓸리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팀은 재계의 반발을 우려, 이재용 부회장을 상징적으로 잡고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영장이 발부되면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빠른 시일 내에 불러들여 진술을 받을 것이고 그 후 박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긍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놓고는 이재용 부회장의 관여 정도를 보여주는, 뇌물죄 범죄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휴대폰’을 놓고도 여러 ‘설’이 나온다. 통상 대기업 오너가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이면, 알아서 증거를 없애고 처벌을 받았던 대기업 총수 가신들의 ‘나쁜 예’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
대법원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 비해 가신들을 챙겨주는 게 예전 같지 않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이번 특검에서 조사를 받은 사장급 핵심 가신들도 예전에 비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진술해서 특검팀이 당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서는 법조인들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를 볼 때 구체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이 부회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구조인데, 법원에서 보기엔 무리한 영장으로 비춰질 것”이라며 “기껏 해봐야 위증 정도가 입증 가능한 범죄 혐의인데 국회 청문회에서의 위증은 법정에서의 위증보다 책임이 가볍고 또 위증만으로 구속되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앞선 대법원 관계자 역시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면 다른 대기업 수사도 엄청 탄력을 받겠지만, 영장이 기각될 경우 삼성의 진술 태도는 물론 박 대통령도 특검팀의 수사에 대해 ‘정치적 탄압’이라며 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특검팀이 법원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구조”라고 지적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