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형과 동생은 ‘화합과 우애’라는 단어로 서로를 격려했다. 이로써 두 달 넘게 지속된 ‘부자(형제)간 경영갈등’은 보다 치열한 물밑싸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가뜩이나 취약한 지분구조상 또다시 전면전을 벌이기엔 양쪽 다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첫 결전장은 강 대표의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참여를 외쳐온 강 대표가 이사직에 만족할 리 만무. 이번에 강 대표 쪽에 서서 연임에 성공한 유충식 부회장도 지난 21일 “동아의 비전(강 대표)이 뒷전에 앉아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강정석 전무가 동아제약 영업본부장과 계열사인 동아오츠카 사장을 겸직하는 것은 상식 이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강 부사장으로선 강 대표가 자신의 윗선으로 오는 것은 껄끄러울 것이다. 분쟁의 불씨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화기애애한 주총장 분위기로 미뤄볼 때 강 전무의 대표이사 승진과 강 대표의 자리가 이미 합의된 수순이라는 관측도 있다.
증권가에선 강 대표의 자리가 정해진 뒤 물밑암투는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표면상이지만 5 대 2로 이사회에서 우위를 점한 데다 대표이사까지 꿰찬 동생 강 부사장의 임기는 앞으로 1년. 강 부사장은 임기만료 전까지 총력전에 나설 듯하다.
강 대표 진영 역시 이사 수로는 5대 2로 불리하지만 회사 조직을 강신호 회장만큼이나 꿰뚫고 있는 유 부회장이 가세하고 있는 만큼 조직 장악을 위한 양쪽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록 주총은 평온하게 끝났지만 경영권 싸움 과정에서 강온 양면을 나눠맡았던 유충식 부회장-강문석 대표의 밀월이 계속될지, ‘뜨거운 맛’을 본 강신호 회장이 어떤 식으로 지분 방어에 나설지, 강정석-강문석의 껄끄러운 관계가 회사 조직에서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곳곳에 지뢰가 묻혀있는 셈이다. 여전히 동아제약 부자대결이 재계의 주목을 받을 만한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