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언론이 양 씨 일행을 성매매 알선 혐의가 있다고 보도한 화면.
지난해 1월 양 씨가 멕시코 검찰의 강압 수사를 받을 때 양 씨와 노래방 여직원 일행을 가장 먼저 접촉했던 것은 이 영사였다. 이때 이 영사는 이들에게 멕시코 검찰 측이 요구하는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을 인정하는 취지의 1차 진술서에 일단 서명을 할 것을 종용했다. 당시 이 영사가 이들에게 2차 진술서에 말하고 싶은 바를 모두 추가하면 된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들은 하라는 대로 했다. 당연히 대사관이 자국민을 보호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추가 진술이 아닌 감옥행이었다.
이때 이 영사는 “영사는 조사 내용에 관여할 수 없고 한국인들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서만 주재국 수사기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며 “종업원들이 1차 진술을 부인해서 이들의 2차 진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검찰 측에 물어봤고, 2차 진술을 하려면 1차 진술에 서명을 해야 한다는 얘길 전달했는데 종업원 일행이 영사가 강제로 서명하게 했다고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이 영사는 멕시코 검찰이 조작한 영사 진술서에 서명한 것이 드러났다(일요신문 1277호 보도 내용 참조).
멕시코 검찰은 구속 기소가 적법하지 않다고 법원이 결정하자 이 진술서를 근거로 항소를 제기했다. 이후 재판 일정이 잡히지 않아 양 씨는 지금까지 수감 중이다. 결국 이 영사가 양 씨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이 영사는 이 문제의 진술서를 외교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외교부는 이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이 영사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고 양 씨에 대한 사과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영사가 양 씨 측에 직접 사과를 하진 않았다고 한다. 결국 외교부는 이 영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이 영사는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귀국 조치됐다.
이 가운데 이 영사가 양 씨 측으로부터 석방을 약속하고 돈을 편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더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양 씨 사건(일요신문 1266호 보도 내용 참조)이 있었던 W 노래방 업주의 친형인 이 아무개 씨는 지난 13일 대사관에 ‘이 영사가 금전 편취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했다. 양 씨의 대리인이기도 한 이 씨는 진정서에 “이 같은 진정을 대사님께는 드리지 않으려 했으나 최근 경찰영사와 그 측근들의 처신이 야비하고 비열하여 하는 수 없이 이처럼 실례를 하게 됐다”며 “지난해 1월 17일 W 주점 사건 당시 이 영사는 피해자 측의 어려운 상황을 악용해 금전을 사취했다”고 진술했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진정서와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7일 오후 3시께 이 영사는 이 씨에게 연락해 진술서를 양 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해 양 씨를 석방하자며 50만 페소(한화 약 1175만 원)를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은 양 씨가 검찰에 체포된 바로 다음 날이다. 하루 전인 16일 멕시코 검찰은 양 씨 일행의 1차 진술서를 일방적으로 작성한 바 있다. 이 영사 측은 검찰이 협상을 하자는 뜻을 건네왔고 이 씨에게 “150만 페소면 사건을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를 이 씨가 받아들이지 않자 새로운 제안을 다시 한 것이었다.
이 씨가 제출한 녹취 일부. 이 영사 측근인 최 씨가 양 씨의 석방을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고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후 이 씨는 멕시코 교민 언론에 이 영사에게 10만 페소를 돌려달라는 내용의 글을 여러 차례 기고했지만 아직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 영사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었다. 멕시코 교민들은 “이 영사가 귀국하기 전에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외교부 문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영사의 조기 귀임이 결정됐고 파견 역시 종료돼 소속이 외교부에서 원소속인 경찰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도 경찰청이 담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영사는 아직 외교부 소속이지만 귀국 이후 임무해지가 될 것으로 보이며 그 후에는 경찰청 외사국에 소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영사가 이번 주 안에 멕시코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 씨 가족을 포함한 멕시코 교민들은 “현지 법률과 언어에 미숙한 영사는 자국민의 보호를 할 수 없다”며 “이 영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있는 경찰영사들 역시 본인의 승진과 인사만이 중요할 뿐이고 임기가 끝나고 돌아가면 끝이다. 자국민의 권익을 위해 현장과 실무에 적절한 사람이 필요하다”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 한편 박 아무개 영사가 주 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의 신임영사로 발령받아 오는 19일부터 근무하게 된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