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서울 용산 폭스바겐 마이스터모터스 한남전시장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우선 중국과 유럽 판매가 순항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1월까지 중국에서만 359만 1600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외제차 선호가 늘었고, 중국 정부가 소형차를 대상으로 감세 조치를 펴면서 판매량이 증가했다.
위르겐 스탁만 폭스바겐 세일즈 담당 이사는 “중국 시장의 성장이 폭스바겐 브랜드의 성장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유럽에서도 지난해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294만 대를 팔았다. 볼보가 버티고 있는 스웨덴에서도 54년 만에 1위를 꿰찰 정도로 판매가 순조로웠다.
특히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 폭스바겐그룹의 저가 브랜드인 스코다·세아트의 선전이 판매량 증대를 견인했다. 두 브랜드는 중국과 유럽에서 각각 10%대 판매 신장율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가 터진 2015년 하반기를 제외하는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연비 등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이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코다는 SUV 코디악과 준중형 세단 옥타비아 등의 신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 올해도 중국·유럽 판매가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세아트도 올해 해치백 차량인 레온·이비자와 소형 SUV 아로나를 새로 내놓는다.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에 사과하고 미국에서 17조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는 등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선 점도 올해 시장 전망을 밝힌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디젤게이트로 곤혹을 치르고도 잘 나가는 이유가 뭘까. 원인을 찾자면 역시 ‘환경’보다는 ‘경제성’을 우선하는 소비자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디젤게이트로 인한 환경오염은 우려되지만 차량의 경제성을 포기할 만큼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경영컨설팅 전문가는 “연비나 안전이 아닌 배기가스 배출이 문제였기 때문에 폭스바겐이 쌓아온 신뢰와 이미지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스바겐은 지난 10년여 동안 ‘저가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이미지와 시장 위치를 굳혀왔다. 그 노력이 요즘처럼 프리미엄 소비와 경제성이 중시되는 소비시장에서 잘 통한 셈이다.
2015년 일본 노무라연구소가 소비시장과 관련된 키워드를 2006년과 비교한 앙케이트 조사 결과를 보면 ‘프리미엄’·‘편리성’ 소비에 대한 선호도는 각각 3%, 7% 오른 데 비해 가치소비의 항목을 담고 있는 ‘탐색 소비’는 2% 감소했다. 고가제품인 자동차에서도 경제성이 중시되는 모습은 고급화와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최근 유통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폭스바겐이 디젤 모델이 주축인 탓에 유가가 저렴해 가솔린차가 많이 팔리는 미국과 브라질 판매량은 2.6%, 34% 각각 감소했다. 한국에서도 배기가스·소음 등 시험성적 서류 조작으로 79개 모델이 판매가 중단된 영향으로 판매량이 ‘전무’에 가까운 실정이다. 자동차 리콜 문제로 중고차 값이 크게 떨어지는 등 소비자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일부 모델이 아직 판매 중이지만 골프·A4 등 주력 모델이 판매 금지된 타격이 크다”며 “최근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이 줄어드는 등 당분간은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