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현충원을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반 전 총장 참모그룹은 크게 전직 외교관 그룹과 정치인 그룹으로 나뉜다. 13일 참모들이 모두 모여 향후 반 전 총장 지원 계획 등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외교관 리더 격인 김숙 전 유엔대사와 정치인 리더 격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신경전을 벌였고 결국 고성까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수석이 그동안 실무 준비팀을 이끌어 온 김 전 대사를 겨냥해 캠프 전략과 운영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고, 이에 대해 김 전 대사가 매우 불쾌해 했다는 것이다.
정치인 그룹 내에선 외교관의 정치적 감각이 떨어져 같이 일을 하기 힘들다는 푸념이 나온다. 반대로 외교관 출신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인사들 때문에 반 전 총장이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일부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향후 캠프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두고 당연히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들 간의 지분 싸움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다들 나라를 생각해서 모인 분들이지 지분 싸움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월 12일 귀국한 후 연일 구설수에 올랐다. 귀국 당일 공항 편의점에서 프랑스산 생수를 사려다가 보좌진의 만류로 급하게 국산 생수를 샀고, 공항철도 무인발매기에 만원권 지폐 2장을 동시 넣으려 하다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음성 꽃동네를 방문했을 때는 반 전 총장의 턱받이 앞치마가 논란이 됐고, 선친 묘소에 참배하면서는 퇴주잔을 마셨다는 비판에도 휩싸였다. 대부분 단순 실수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었지만 참모진이 꼼꼼하게 챙기지 못해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 전 총장 참모그룹이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바람에 의전에 허점이 생겼다는 얘기다.
앞서의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현재 외교관 그룹은 광화문에, 정치인 그룹은 마포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포 사무실에는 상견례 때 말고는 가보지 못했다. 나는 반 전 총장과 직접 소통하지 그 사람들(정치인 그룹)과는 따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참모들이 물과 기름처럼 전혀 섞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난립하고 있는 팬클럽 및 지지단체들도 반 전 총장에게는 골칫거리다. 수많은 반 전 총장 팬클럽 외에도 반씨 종친회, 충청향우회, 충청포럼, 백소회 등 각종 모임까지 합하면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단체들의 숫자는 70여 개에 달한다. 이미 일부 팬클럽은 각종 기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자신의 팬클럽 및 지지단체들과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정작 귀국을 앞두고는 반 전 총장 최측근이 팬클럽 및 지지단체들에 직접 연락해 귀국환영 행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측근은 지지단체들에 반 전 총장 환영행사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고, 지지단체들이 공항에만 몰리지 않도록 공항과 서울역으로 분산 배치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당초 혼잡을 우려해 서울역 방문을 취소하려 했지만 이미 서울역에 결집해 있던 지지자들이 반발하는 바람에 서울역 방문을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반 전 총장은 퇴근시간대에 서울역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줬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반 전 총장 측 참모들은 팬클럽들을 통합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반 전 총장의 한 팬클럽 회장은 “서로 조직과 운영방식이 전혀 다른데 무조건 통합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반 전 총장이 직접 요청한다면 생각은 해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팬클럽 회장은 “여러 팬클럽들로부터 통합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면서 “하지만 공동회장 같은 것은 안 되고 무조건 우리가 자기네 산하조직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해서 거절했다. 지금까지 조직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고생했는데 산하조직으로 들어오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 팬클럽 회장은 “현재 반 전 총장 팬클럽 중 가장 큰 두 곳이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경쟁하고 있다”며 “이 두 곳이 서로 몸집을 불릴려고 여러 팬클럽들에 접촉해 통합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은 현재 3지대 빅 텐트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게 성공하려면 지금보다 더 생각이 다른 인물들을 한데 묶어야 한다”면서 “일단 참모 조직과 지지단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 반 전 총장의 정치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첫 번째 과제가 됐다. 이것조차 성공하지 못한다면 반 전 총장이 대권에서 승리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