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천을 둘러싼 이명박 당선인 측과 친박그룹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이 당선인이 11일 4개국 특사단을 접견하는 모습. 박근혜 전 대표는 중국 특사단장이다. 사진공동취재단 | ||
이제 문제는 4·9 총선이다. 이명박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도 총선에서 실패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총선 승리는 그에게 절박한 심정으로 다가온다. 이 당선인 측은 이번 총선을 대비하면서 크게 3단계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당선인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가장 큰 화두는 역시 ‘개혁공천작업’이다. 그 다음은 총선 전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서민 밀착형 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이다. 마지막은 과반 확보의 분수령인 ‘충청대첩’ 승리를 위해 ‘이회창 견제’에 적극 나선다는 것이다. MB의 총선 승리 3단계 전략을 추적해봤다.
“대선의 압도적 승리가 4월 총선 승리로 이어져 국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새해 첫날 한나라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최근 그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것은 오직 총선 승리뿐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통의동 집무실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는 전언이다. 특히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공천 문제를 정면 거론하며 당내 갈등이 심화되자 이 당선인이 그 해결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총선은 이명박 정부 성패의 8부 능선에 해당하는 막중한 시험대다. 이 당선인이 그런 현실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총선 승리를 강조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 측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앞서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내 과반 의석 확보만으로는 부족하며 170석 정도를 얻어 ‘안정적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이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그야말로 압도적 승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 당선인의 ‘염원’은 총리 인선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먼저 이 당선인은 지난 12월 29일 박근혜 전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입각’을 공식 제안했다. 물론 총리 자리였다. 일각에서는 ‘실용’을 우선시하는 이 당선인이 경륜과 능력을 높이 산다는 평소의 소신을 무시하고 박 전 대표를 총리 물망에 올리자 너무 정략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의 총선 승리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박 전 대표 카드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었다.
또한 충청권의 민심을 잡기 위해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에게 총리직 제안을 검토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이 당선인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총선 승리이지 이미 흘러간 대선 때의 불편했던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 당선인의 정치적 실용주의”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총리 인선 과정을 종합해보면 이명박 당선인의 총선 승리 핵심 전략은 ‘박근혜 또는 심대평 총리 카드’를 통한 충청권 공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당선인이 평소의 능력 위주 인선 원칙을 버리고 정치적인 카드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과반 확보의 유혹이 강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당선인 측은 “만약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총리가 됐다면 총선의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이회창 전 총재의 신당에 대한 견제를 확실하게 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며 두 사람 기용에 대한 미련을 표명했다.
‘박근혜 또는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물건너갔지만 이 당선인 손에는 차선의 카드가 쥐어져 있다. 이 당선인 측은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를 통한 개혁적인 공천을 총선 승리의 1단계 전략으로 여긴다.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서는 개혁공천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나중에 말을 바꾸긴 했지만 “물갈이는 40%선에서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말한 대목도 이 당선인 측의 개혁공천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이 당선인 측의 개혁공천은 투 트랙으로 가동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공천의 주체인 당을 장악해 이 당선인 ‘뜻’대로 공천작업을 전격 완료하는 것이다. 최근 이 당선인의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단장으로 구성된 총선기획단이 발족됐다. 이번 총선기획단은 공천 권한을 가진 공천심사위 구성을 맡고 심사위원들에게 올라가는 공천자료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총선기획단의 인적구성이 친 이명박계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5 대 3 비율) 공천과 관련해 이명박 당선인 측의 주도로 총선 전략이 세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이방호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고 있는 총선기획단에 대해 그 활동 영역과 기한을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대립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장악과 함께 이 당선인의 최측근들을 중심으로도 공천과 총선 전략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이 당선인 비선라인이 전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당의 전략기획단은 실무적 집행기구로서 기능하는 투 트랙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임을 말해준다. 정치권에선 지난 1월 3일 안상수 원내대표가 “공천에 대통령(당선인)의 의중이 어느 정도는 존중돼야 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을 두고 “이 당선인이 직접 공천작업을 챙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 10일 열린 자유신당(가칭) 창당 발기인대회. 왼쪽부터 변웅전 전 의원,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김혁규 전 경남지사, 강삼재 전 의원. | ||
혁명적인 공천작업이 국민들 시선을 끌게 되면 그 여세를 몰아 2단계 전략으로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서민 기 살리기’ 정책을 집중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총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 남발에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최근 인수위는 서민경제 살리기와 관련된 분야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인수위는 정권출범 전이라도 통신요금 20% 인하, 유류세 10% 인하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통신요금 인하는 기업의 결정사항이라 그 실시 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유류세 인하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현 정부와의 협조 미비로 여전히 실행시기가 오리무중이다.
여기에 신용불량자 구제대책도 의욕을 보인 방안 중 하나다. 신용등급이 7~10등급에 속하는 726만 명을 신용회복 지원 대책의 대상자로 선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재정 파탄자를 도와주는 게 순리에 맞는 일이냐. 도덕적 해이가 사회에 퍼질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어지자 대부업체에 18조 원의 빚을 지고 있는 330만 명을 우선적인 대상자로 선정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는 “통신요금, 유류세 인하는 그동안 서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대표적 ‘민원’이었다. 또한 신용불량자 구제대책도 원금이나 이자를 탕감해주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 앞서의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는데 보완책을 마련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당선인 측은 자신들의 추진 정책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그 효과가 바로 표로 연결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책 추진에 다소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통신요금은 기업에 협조를 계속 요청하고, 유류세 인하도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새 정부가 총선 전 어떤 식으로든 가시적인 성과물을 국민들에게 내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 측은 개혁공천과 서민 기 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민심을 얻은 뒤 3단계 전략으로 충청대첩에 올인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회창 힘 빼기’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대선에서 충남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34.3%,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33.2%로 1, 2위를 다퉜다는 점에서 이 당선인 측이 가장 신경을 쓰는 지역이다.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영남과 이 당선인이 강세인 수도권은 그나마 안심지역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박빙으로 승부를 펼친 충청을 잡지 못한다면 이회창 전 총재의 자유신당(가칭)에 그 터전을 내줄 수 있다. 이는 한나라당의 공천탈락자와 범여권 인사들 일부가 자유신당으로 말을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당선인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아군의 손실이 적군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을 견제하지 못하면 과반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계산도 여기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 당선인 측은 충청대첩을 위해 두 개의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먼저 충청북도에 비해 진보성향이 강한 충남 지역에 국민 통합과 외연 확대 차원에서 뉴라이트 등 외부 인사들을 대거 수혈해 공천 물갈이를 단행하는 것이다. 또한 새 정부 요직에 충청 인사들을 중용할 준비도 하고 있다. 이원종 전 충북지사가 여전히 유력한 총리 후보군에 남아있는 것도 지역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 그리고 정책면에서는 행정도시를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만들기 위해 행정도시, 대덕연구단지, 오송·오창 산업단지를 묶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육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지역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 당선인 측은 이러한 충청지역 기반 다지기와 함께 총선 기간 동안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잔금 사적 유용 의혹 등을 집중 제기하는 것도 계속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