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17.01.12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시점이 다가오며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다급해진 대선주자들이 표를 겨냥해 전략 구상에 돌입하며 분주해졌다. 너도나도 대선 캠프를 꾸리고 각종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는 등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이후 대선 출마를 위해 광폭 행보를 보였다. 봉하마을을 방문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는 등 민생 행보를 보여왔지만 ‘에비앙’ ‘방명록’ 등 숱한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반 전 총장은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뛰어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선 관련된 뚜렷한 정책과 공약을 내놓은 적은 없다. 그 흔한 포퓰리즘 공약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정치가 잘 되면 기업이 마음을 놓고 활동할 수 있다”면서 기존의 정치권을 지적하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장한 것이 ‘정치교체’다.
모두가 ‘정권교체’를 주장하지만 반 전 총장은 ‘정치교체’를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구상은 없고 모호성만 남아 있다. 겉으로는 상투적으로 정치교체만 외치고 쇼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선 행보에 돌입했지만 뚜렷한 정체성과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의 자질을 검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애매함’은 흡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닮아 있다. 젊은이들의 멘토이자 IT 산업의 아이콘이었던 안 전 대표는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켰다.
전남대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하는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 121105 안철수 제공
그는 2012년 ‘젊고 참신한 정치인’의 이미지로 정계에 입문하며 큰 파장을 불러왔다. 하지만 ‘새 정치’를 외치던 안 전 대표는 정책과 로드맵 제시에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지 않았고 국민들은 아쉬움과 실망감을 보였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은 안 전 대표를 향해 “정치 비전에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고, 국민들도 이런 안 전 대표의 면모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의 교집합은 ‘정책적 모호성’이다. 뚜렷한 비전과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명확한 정책과 공약을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모든 사안을 ‘우려’로 일관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UN 사무총장을 지내던 당시 공식 석상 발언을 통해 우려를 자주 표명해 왔다. 대표적으로 팔레스타인 단식투쟁자의 건강 악화를 우려(2014년), 예멘 위기를 우려(2015년), 콩고의 정치적 긴장을 우려(2016년) 등이다.
실제 외신들과 해외 네티즌들은 반 전 총장에게 ‘우려 사무총장(Concern man)’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일부 외신은 반 전 총장이 2015년에 167번의 ‘우려’를 표명했으며 이는 평균 3일에 한 번꼴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경쟁력 있는 대권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려할 시간에 뚜렷한 정책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