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최근 산하기관장 7곳에 대한 사표를 수리했다. 하지만 자발적 결정이 아닌 ‘톱다운 방식’이어서 반발도 적지않다. 광주시청 전경.
[일요신문] 광주시는 정유년 새해 벽두부터 ‘인사 쇄신’의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시가 최근 인적 쇄신과 시정 분위기 반전 차원에서 단행한 산하기관장 물갈이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도시공사, 도시철도공사, 신용보증재단 등 사표를 낸 9개 기관장 중 7곳에 대한 사표를 수리했다. 자리를 물러난 공공기관은 도시공사, 도시철도공사, 신용보증재단, 문화재단, 여성재단,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등이다.
이 가운데 5곳의 공기업·출연기관이 시의회 인사 청문회 대상 기관일 정도로 비중이 큰 자리이기도 하다. 도시공사와 도시철도공사 등 덩치 큰 공기업과 문화재단, 여성재단 등 사회적 역할이 막중한 곳도 여러 곳이다. 이들은 대부분 윤 시장 임기 시작과 함께 취임한 기관장들이며, 윤 시장의 지인이거나 선거 캠프 인사들이다.
‘산하기관장 대거 교체’는 윤장현 시장이 인척 비리 등으로 침체된 시정에 새 활력소를 불어 넣기 위해 꺼내든 일종의 반전 카드다. 지난해 발생한 측근 비리로 곤욕을 치른 데다 최근 광주교통문화연수원장이 조직 내 내분 등으로 사퇴한 가운데 뒤숭숭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고육책인 것으로 보인다.
사표 수리 대상이 생각보다 많았다. 또한 30년 지기는 물론 대학 동문, 보은·측근 논란에 휩싸인 인사들이 상당수여서 윤 시장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쇄신의 칼을 빼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임기 반환점을 넘어 만료일을 불과 1년 반 남겨둔 윤 시장에게는 취임 후 줄곧 발목을 잡아온 측근 비리와 인사 후유증을 상당 부분 털고 갈 수 있다는 면에서 기대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재선 가도에도 일정 정도의 실리를 챙길 수 있다.
특히 이번 인적쇄신을 통해 이들 공공기관장을 말 그대로 전문가 집단으로 재편해 측근, 보은인사 논란 자체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고위 공직자 명예퇴직으로 이어질 경우 인사 숨통을 틀수도 있다. 한 측근은 “윤 시장이 고심 끝에 인적 쇄신의 칼을 빼들었는데 이렇게 이른 시일 안에 주요 기관장들이 인사 혁신을 위한 자기희생에 동참할 줄은 몰랐다”며 “쇄신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우려감도 적지 않다. 당장 업무 공백이 문제다. 사표 수리를 시작으로 공모 방식 결정, 공모 진행, 후보자 추천, 인사청문회까지 통상 2∼3개월, ‘문제성 인사’가 추천될 경우 수개월 지연될 수 있다. 덕망과 능력을 모두 갖추고 시정 철학을 이해하는 적임자를 찾지 못할 경우 인선 작업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인사청문 대상기관이 5곳에 달해 청문위원들의 부담도 클 수밖에 없고 시의회 1개 특위가 2∼3개 기관을 담당할 경우 자칫 ‘부실 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기를 1년여 앞두고 2∼3년 임기 기관장들을 뽑는 것이어서 지원자들의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사표 제출이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결정이 아닌 위로부터의 요구, 즉 ‘톱다운 방식’이어서 이에 대한 반발도 적잖다.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이동하거나 퇴임 공직자가 추천될 경우 개인 능력에 대한 판단보다는 ‘고위 관료 노후 보장, 정년 연장용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시 관계자는 “각 기관의 특성에 맞고 시정에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는 유능한 인사를 영입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새 기관장 인선은 4월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