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기각이 삼성그룹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이 부회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는 모습. 임준선 기자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보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을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 특히 투자기업의 도덕성을 중요한 투자철학으로 삼는 이들은 여전히 삼성전자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하만 주주들의 인수합병(M&A) 반대에서도 이 부회장의 역할이 기대된다. 하만 주요 주주들은 뱅가드, 로웨프라이스, 웰링턴매니지먼트, JP모간, 블랙록 등 글로벌 주주들이다. 상위 10대 주주들이 지분 45.61%를 갖고 있다. 삼성의 인수 성사를 위해서는 주주 50%의 찬성이 필요하다. 삼성 측이 필요지분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분 2.3%를 보유한 아틀란틱자산운용을 비롯해 일부 헤지펀드들도 반대행렬에 선 상황이다.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주총 표 대결이 아닌 소송이라는 점도 변수다. 소송 결과는 확보 지분율과 다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자국민과 자국기업을 보호하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이번 소송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하만과 시너지를 높이려면 현지에서의 평판을 긍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최종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릴 수 있는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지 않은 데 따른 효과가 이처럼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삼성 주요 상장사의 투자가치를 결정적으로 바꿀 정도의 재료는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익명의 한 펀드매니저는 “올해 반도체 호황을 축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탁월할 것이란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상황이다. 최근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 조정 기회가 있다면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 부회장이 구속되지 않으면서 조정 재료는 사라졌고 저가매수 세력의 자금이 본격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코스피 비중이 20%에 육박한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250만 원 이상 가면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자동차와 화학, 철강, 조선 등 주력 산업군들의 동반 상승 없이 삼성전자만 계속 오르면 코스피가 너무 작아 주가가 오르기 어려워진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안한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을 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더 큰 시장으로 삼성전자의 무대를 옮기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등 이 부회장 관련주들의 움직임이 크지 않은 것도 주목해야 한다. 구속을 피했지만 재판이 남았다는 점과 함께 탄핵심판과 대선 등의 국면에서 재벌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면 이들 종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은 이 부회장 신상과 상관관계가 높다. 재벌개혁 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이 쉽지 않아지며 이들 종목의 기업가치도 불투명해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열희 언론인
‘재무적투자자 동원할까’ 박삼구 회장 금호타이어 인수 묘수는? 최근 인수합병(M&A)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건은 단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매각이다. 금호타이어의 미래 기업가치와 직결될 뿐 아니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8년 만에 그룹을 재건한다는 점에서도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이번에는 어떤 묘수로 자금을 조달할지도 관심거리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어떤 묘수가 내놓을지 주목된다. 임준선 기자 금호아시아나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지분 인수에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사실을 더블스타 측도 잘 안다. 그런데 알려진 인수 제시 가격이 9500억 원가량이다. 매각 전 추정됐던 금액 1조 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면 박 회장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을 제시했어야 한다. 채권단도 자금회수 극대화를 위해 우선매수권을 부여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더블스타타이어 역시 펀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자체 자금조달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향후 금호타이어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서는 투자 여력 또는 기술력이 있는 대주주가 필요한데 더블스타의 경우 두 가지 모두 충분치 않아 보인다. 옛 쌍용자동차의 경우처럼 금호타이어의 알짜 재산과 기술만 중국에 유출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정상화시킬 자금력과 능력을 갖고 있을까. 박 회장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인수할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4000억~5000억 원가량을 빌리고, 부족한 자금을 외부 차입으로 충당하는 방안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7000억 원에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사재를 거의 다 턴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래전부터 금호타이어 인수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둔 자금이 있을 수 있다. 채권단이 컨소시엄이나 계열사 동원을 금지했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이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돈을 빌려줄 곳으로는 NH농협은행이, 해외 재무적투자자(FI)로는 중국의 켐차이나가 거론되고 있다. 농협은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때도 참여한 곳이다. 하지만 켐차이나는 세계 5위 타이어업체인 이탈리아 피렐리를 소유한 곳으로 단순히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타이어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호산업 인수 때도 재무적투자자(FI)들에 금호아시아나 관련 납품권 등을 당근으로 제시해 자금을 모았다는 소문이 있다. 금호타이어에도 여러 이권이 있는 만큼 이를 통해 돈을 빌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는 일정 부분 훼손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번에 매각하는 채권단 지분은 6636만 8844주(지분율 42.01%)이다. 우리은행(14.15%), 산업은행(13.51%), 국민은행(4.16%), 수출입은행(3.13%) 등 9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