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채이배 오세정 이용주 송기석 의원 등 당내 초선 10명은 ‘초선 10인회’로 불리며 안 전 대표 최측근으로 꼽힌다. 안 전 대표는 이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향후 대선 정책 및 전략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데다 호남 중진 의원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안 전 대표로서는 10인회가 그나마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초선 10인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고 한다. 호남권의 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초재선 의원들 몇 명하고만 소통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호남 중진 의원들의) 기분이 좋겠나”면서 “원내대표 경선 끝나고 호남 의원들이 안 전 대표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도 안 받았다고 하더라. 많이 섭섭해들 하셨다. (안 전 대표가 대선에서 이기려면) 당내 중진들과 소통하고 그 분들이 도와줘야 힘이 실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래도 대권을 잡겠다는 사람의 최측근이 초선 10인이라면 사실 창피한 이야기다. 이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안 전 대표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중진 의원들을 무조건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물론 초선 의원들의 패기도 필요하지만 중진 의원들의 노련함, 현실감각 등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문고리 3인방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임기 내내 불통 논란에 시달렸다. 국민들은 이제 박 대통령과는 다른 리더십을 원한다”며 “국민의당 같은 작은 정당에서도 불통 논란에 시달릴 정도로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면 안 전 대표에게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물론 안 전 대표로서도 불가피한 부분은 있다.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은 지속적으로 외부인사 영입, 연대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의 발언 수위가 높아질수록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존재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는 안 전 대표로서는 당분간 초선 10인회와 같은 측근 그룹에 의존해 그들에게 맞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호남 중진인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개혁 보수를 지향하는 비박 신당과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안 전 대표는 “비박과 함께하는 것이 어떻게 정권교체냐”며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그래도 창업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호남 중진 의원들이 자꾸 외부 인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신당을 만들었을 때는 김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지 않았나. 어찌됐든 국민의당의 대표 브랜드는 안철수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존재감이 낮아지면 국민의당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앞서의 호남권 의원은 “안 전 대표와 김 전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안 전 대표가 김 전 대통령처럼 확고한 지지기반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시대가 변했다. 국민의당은 사당이 아니다. 당연히 여러 좋은 분들을 영입해서 당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안 전 대표 측은 조만간 초선 10인회를 해체하고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은 이미 당내 경선과 대선 본선까지 치르기 위한 캠프 사무실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초선 10인회 해체 선언을 한다고 해서 안 전 대표가 인의 장막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이었다가 지금은 거리가 멀어진 한 인사는 “과거에도 안 전 대표에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고 수차례 말씀드렸는데 고쳐지지 않았다”면서 초선 10인회 해체 선언 정도로는 불통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전 대표 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호남권 의원들과 사이가 안 좋은 것처럼 비춰지는데 전혀 아니다. 박지원 당 대표도 최근에는 미래에 대한 준비와 실력, 비전을 갖춘 인물은 안 전 대표밖에 없다면서 힘을 실어주지 않았나”면서 “초선 10인회가 안 전 대표에게 인의 장막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인정할 수 없다. 초선 10인회는 안 전 대표가 만나는 여러 그룹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