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사장은 앞으로 사장으로서 900%가 넘는 부채비율, 조종사 임금 협상 문제 등 회사 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대한항공이 야심차게 계획한 문화융합센터 사업 ‘K익스피리언스’도 진행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2008년 6월 옛 주한미군 숙소로 쓰인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일대 3만 7000㎡(약 1만 1200평) 부지를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 원에 매입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해당 부지에 호텔을 포함한 문화융합센터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2015년 8월 센터 이름을 K익스피리언스로 정하고 계획을 수정했다. 호텔 건설을 포기하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추진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 거점에 합류한다는 것. 문화창조융합벨트에는 CJ의 K컬처밸리와 문화창조융합센터도 포함돼 있었다.
대한항공은 2016년 4월까지 K익스피리언스의 설계를 완료하고, 6월 착공에 들어가 올해 12월 1단계 공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하기로 한 착공조차 하지 않아 사업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러 사정으로 설계 작업이 늦어져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이미 2009년부터 송현동 부지에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고 그 계획은 변함없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본사 전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최근 K익스피리언스 사업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사업 포기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항공의 K익스피리언스 투자에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개입했다는 것. 대한항공은 정부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미지가 나빠질 대로 나빠져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2월 문체부가 문화창조융합벨트를 해체하고 K익스피리언스 사업을 대한항공에 일임해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 이전부터 문화센터를 만들 계획이었다”며 “벨트로 묶이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기본 베이스 자체가 대한항공의 사업이라 정부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사업 포기설이 도는 또 다른 이유는 자금 때문이다. 아직 설계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정확한 투자 비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CJ가 K컬처밸리에 1조 4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걸 감안하면 대한항공 역시 수천억 원의 비용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재무 형편상 자금 조달은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는 22조 원, 부채비율은 910%에 달한다. 대한항공이 발행한 회사채 1조 4200억 원 중 8700억 원에 관한 한 ‘부채비율 1000% 유지’라는 조건이 있다. 다시 말해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1000%가 넘으면 회사채 투자자들이 자금을 만기 전에 회수할 수 있다는 기한이익상실 조항이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미국 달러부채도 84억 달러(약 9조 8590억 원)에 달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부채비율은 언제든 높아질 수 있다. 대한항공은 사업 자금 조달은커녕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더 신경 써야 할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실적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니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2017년 전체 여객수송 증가세는 이어지겠지만 중국의 한류금지 조치로 중국선은 부진한 흐름을 예상하고 항공화물 부문도 회복이 더뎌 약세 요인으로 작용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신임 사장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숙제를 짊어진 조 사장 입장에서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는 K익스피리언스 사업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지를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대항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매입했던 2008년, ㎡당 공시지가가 356만 원이었으나 2016년 653만 2000원까지 올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 매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자금 조달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설계 단계라서 자금 조달책까지 생각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설계 완료 예상 시점조차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동병상련’ CJ K컬처밸리 특검 수사가 변수 CJ는 경기도 고양시 일대 30만 2265㎡(약 9만 평) 규모 부지에 2020년까지 한류 테마파크인 K컬처밸리를 조성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K컬처밸리는 K익스피리언스와 달리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공연장 공사에 들어갔으며 올 상반기에는 호텔, 상업시설, 테마파크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CJ는 올 상반기 안에 7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건설 비용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K컬처밸리 사업 역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특혜 의혹을 받고 있어 펀드를 조성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그룹 수사가 끝나면 CJ, SK, 롯데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CJ를 수사하면 CJ의 K컬처밸리 투자와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면의 연관성을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의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에 나설지 의문이다. 특혜 의혹에도 불구하고 CJ는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CJ 관계자는 “지난해 말 경기도의회가 K컬처밸리 관련 의혹을 조사했을 때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지만 특혜를 받았다는 증거가 드러나지 않아 현재는 큰 문제가 없다”며 “펀드 조성에 대해 국내 금융계와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