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 차관. 고성준 기자.
특검은 김 전 차관이 혁신TF를 통해 다수의 체육계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도 일부만 조사하고 나머지 비리 제보에 대해서는 묵인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체육계 인사들을 압박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각종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관련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스포츠종목 협회장이었던 A 씨는 <일요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협회장으로 있으면서 매년 공금 지출내역에 대해 감사를 받았고 한 번도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가 공금을 횡령했다며 구속 시켰다”면서 “회장 자격으로 경조사에 화환 보낸 것까지 모두 횡령이라고 하더라. 담당 검사에게 ‘이런 것이 횡령이면 전임 회장도 모두 잡아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까 ‘재수 없게 걸렸다고 생각하라’고 말하더라”고 주장했다.
A 씨가 협회장으로 있던 단체의 전임 회장은 대통령의 최측근, 대기업 총수 등 힘 있는 사람들이었다. A 씨는 “검사가 잘못만 인정하면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고 하더라. 나도 내 변호사도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할 수가 없다고 했더니 결국 실형을 받았다”면서 “좋은 변호사를 썼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돈이 없어 그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A 씨의 당시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일부 예산이 용도에 어긋나고 위법하게 집행되었으나 피고인 자신을 위해 사용되지는 않았고 횡령금액의 대부분은 10여 년간 누적된 액수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가 공금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지출되어야 하는 점을 간과한 채 예산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또 다른 스포츠종목 협회장의 가족 B 씨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B 씨는 “몇 년 전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있었는데 특정 후보를 정부에서 민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밀었던 후보가 회장이 됐다. 당시 수사 받은 사람들을 보니 공교롭게도 상당수가 회장을 밀었던 사람들이었다”면서 “수사 받으면서 억울한 점이 많았다. 이런 걸로 문제 삼으면 우리나라 스포츠종목 협회장 중에 잡혀가지 않을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저희들한테도 검사가 잘못을 인정만 하면 집행유예로 풀어주겠다고 했다. 저희들은 억울한 부분이 많아서 인정을 못했다”면서 “너무 소설 같은 내용들을 다 적어놓고 인정하라고 했다. 행정적으로 잘못한 점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횡령한 것은 없었다. 진짜 잘못을 했으면 다 인정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문체부는 당시 김 전 차관이 이미 체육계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육계 장악용으로 TF까지 동원할 이유가 없었다며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