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황재균은 그가 자신하는 것처럼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어느 팀에 가게 될까. 민훈기, 송재우, 대니얼 김 등 메이저리그 전문가 3인으로부터 황재균 관련 얘기를 들어보았다.
‘꽃길’ 대신 ‘가시밭길’을 선택한 황재균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출처=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지난 시즌을 마치고 KBO리그 FA 대상 선수들 중 MLB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선수는 모두 6명으로 김광현, 차우찬, 양현종, 우규민, 최형우 그리고 황재균이었다. 이들 중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선수는 없었다. 황재균을 제외한 5명은 모두 국내 구단과 FA 계약을 체결했고, 황재균도 당시엔 롯데, kt 위즈와 협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황재균은 고민 끝에 메이저리그 진출로 방향을 정했다. 문제는 메이저리그의 어느 팀에서도 황재균에게 빅리그 주전 자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황재균의 미국 진출에 응원의 목소리를 담았다. ‘도전’이란 과제를 안고 떠나는 거라면 바로 지금이 적기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메이저리그에 가고자 하는 선수의 의지가 대단히 강했다고 들었다. 이번에 한국에 남아 4년 FA 계약을 맺는다면 이후 메이저리그 도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스플릿 계약이라고 해도 1년 정도는 충분히 고생할 각오가 돼 있는 듯하다. 만약 도전해보고 정 안 되면 한국에 돌아와도 되기 때문이다. 분명 위험 부담은 있지만 어느 팀에서 그의 쓰임새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황재균은 타격 힘도 좋고, 수비도 안정돼 있고, 어깨의 힘이 뛰어나 강점이 많은 선수이다. 무엇보다 낙천적인 성격이라 메이저리그 문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황재균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 있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황재균이 험난한 가시밭길로 뛰어들었다고 표현했다.
“지금 메이저리그 어느 팀도 황재균을 주전으로 보지 않는다. 백업 멤버로밖에 시선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강정호,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음에도 스프링캠프에서의 경쟁을 뚫고 빅리그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김현수는 구단에서 노골적으로 마이너리그행을 원하기도 하지 않았나. 메이저리그 ‘루키’라면 누구나 캠프에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고, 그걸 이겨내야만 빅리그 무대에 설 수 있다. 황재균으로선 이대호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문제는 황재균이 어느 포지션을 소화하느냐다.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팀들 중 대여섯 개 팀을 제외하면 내야진이 다 짜여 있다. 황재균의 주 포지션이 3루라고 한다면 3루는 장타력이 입증돼야 한다. 유격수는 경험해보지 않은 지 오래된 상태라 경쟁력 있는 포지션을 꼽는다면 2루밖에 없다. 2루수로 홈런 10개 이상, 타율 2할 5푼, 6푼 정도만 쳐도 괜찮다. 내가 황재균 에이전트라면 2루수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뉴욕 메츠 직원으로 근무하다 현재 메이저리그 해설을 맡고 있는 대니얼 김은 KBO리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대우 받지 못하고 계약을 맺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선수가 가고 싶은 길이라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해서 좋은 모습을 보인 부분이 황재균에게 더 큰 자극을 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에서 70억~80억 원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선 마이너리그 계약을 제시받는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현재 KBO리그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은 선수는 류현진, 강정호밖에 없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일본 선수들에 비해 한국 선수들의 실력을 더 높게 평가하기가 어렵다. 황재균으로선 스플릿 계약을 제시받는다고 해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고, 마지막 도전일 수 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직접 부딪혀 나가면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황재균은 25인 로스터에 진입할 수 있을까. 대니얼 김의 얘기부터 들어본다.
“황재균은 오랫동안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해 왔다. 상당히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됐을 때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 있게 해나간다면 크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황재균이 외적인 환경에 쉽게 흔들리고 무너질 만한 멘탈의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 캠프에서 잘 버텨낸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송재우 위원은 좀 더 냉정한 시각으로 황재균의 미래를 내다봤다. 리빌딩을 추구하는 팀에서 보험용으로 황재균을 영입할 경우 황재균에게 많은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재균에게 제시하는 조건은 계약기간 1+1년에다 연봉이 150만~200만 달러 정도일 것이다. 그런 선수에게 자리를 보장해주는 팀은 한 군데도 없다. 즉 황재균을 주전으로 데려갈 팀은 없다는 것이다. 본인이 실력으로 증명해내야 한다. 황재균은 어떤 팀을 만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수비가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니고, 강정호처럼 장타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눈에 확 띌 만한 선수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팀을 만나는 게 중요한데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민훈기 위원은 “자칫 잘못해서 윤석민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이대호 때도 자주 언급된 부분이지만 각 팀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기 전부터 주전 자리는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이다. 한두 자리를 놓고 수십 명의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자리다툼을 벌이는데 루키 신분인 황재균이 그 비좁은 틈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잘못될 경우 마이너리그에서 1년을 보낼 수도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로 올라서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분명한 것은 황재균이 어떤 길을 가더라도 쉬운 길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황재균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메이저리그 팀은 있는 걸까? 민훈기 위원은 “내셔널리그의 한 팀이 황재균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황재균이 자세를 낮췄기 때문에 미국으로 진출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현재 내셔널리그의 한 팀이 황재균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조만간 발표가 날지도 모른다. 어떤 팀이든 한국에서의 부와 명예를 내려놓고 가는 터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송재우 위원은 좀 더 구체적으로 팀 이름을 거론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유력한 영입 후보팀이 아닐까 싶다. 현지 지역 매체에서도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황재균에 대해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 외의 팀으로는 LA 다저스가 있다. 현재 다저스 2루수가 비어 있다. 다만 안타까운 소문이라면 디트로이트 2루수 이안 킨슬러를 다저스에서 영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신시내티도 후보군 중 한 팀인데 브랜든 필립스와 잭 코자트가 끊임없이 트레이드설에 오르내렸던 선수들이다. 만약 그들 중 한 명이 다른 팀으로 가게 된다면 황재균을 영입 대상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미네소타도 2루수인 브라이언 도저를 트레이드시킨다면 영입 가능한 팀이다. 황재균으로선 3루수를 고집하지 말고 2루수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한편 황재균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려운 결정을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위에서 여러 얘기들을 하는데 지금은 그런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보단 미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운동에 전념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조만간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팀이 결정되면 곧장 미국으로 떠날 계획을 세워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