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비리를 이대로 방치하면 경제는 물론 나라의 앞날이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경제를 지배하던 재벌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잃어 경제를 안고 쓰러지고 있다. 과거 1970~80년대 재벌기업들은 경제성장을 이끄는 견인차였다. 경제 황무지에서 수출산업을 일으키고 세계시장을 개척하여 10대 경제대국을 건설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재벌기업들은 시장을 독과점하고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치중했다.
또 황제경영을 하며 편법세습을 했다. 따라서 변화와 혁신을 꾀하지 못하고 스스로 경쟁력을 잃는 화를 초래했다. 1990년대 이후 중국기업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창업과 투자에 매진하여 중국경제를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었다. 대처를 하지 못한 우리나라 재벌들이 중국기업들에게 발목이 잡혀 무력하게 쓰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들이 연이어 무너지고 경제가 성장절벽에 부딪쳐 실업자를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국민들의 먹고 살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경제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재벌들은 특혜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주요사업에 대한 인허가를 배타적으로 받아 경제력을 집중했다. 또 금융세제상 특혜를 받아 문어발식 확장을 했다. 경영이 부실화하면 구제금융을 받아 부도를 면했다. 더 나아가 불공정거래와 일감 몰아주기를 자의적으로 하여 경영권을 세습했다.
이렇게 성장한 재벌기업들이 이제 스스로 무너지며 국민경제를 붕괴의 수렁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재벌기업들의 폐해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근로소득보다 기업소득을 늘려 자본가와 근로자 사이에 양극화를 초래했다. 재벌기업 정규직은 고소득을 받는 귀족근로자로,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저소득을 받는 서민근로자로 만들어 노동시장의 2중구조를 형성했다. 더욱이 국민을 금수저와 흙수저로 편을 가르는 사회분단을 가져왔다.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천민자본주의까지 확산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마다 재벌개혁이 선거공약으로 나왔다. 그러나 번번이 허사로 돌아갔다. 정경유착은 정치권력과 재벌기업이 권력과 금력을 집중공유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다. 그리하여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포기하기 어려운 기득권으로 자리를 잡았다. 재벌개혁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직한 정권이 들어서지 않는 한 실천이 어렵다.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은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통해 작은 규모의 자본으로 수십 개의 계열사를 소유한다. 이를 개혁하기 위해 순환출자금지는 필수적이다.
한편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여 황제경영과 세습경영을 막고 전문가가 경영을 하는 지배구조개혁 또한 재벌개혁의 핵심이다. 올해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 이와 같은 근본적인 재벌개혁을 과감하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강력한 의지와 결단력을 가진 지도자를 뽑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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