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1주기 추모식에서 만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일요신문>과 만난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설이 보도됐는데 이는 오보”라며 “연대를 하더라도 통합의 형식이지 손 전 대표 혼자 입당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양측의 연대가 자칫 일방적인 흡수의 모양새로 비치게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다.
손 전 대표가 지난 1월 22일 정치결사체인 국민주권개혁회의(주권회의)를 발족한 것도 국민의당과 당 대 당 통합형식의 연대를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손 전 대표 측 주장에 따르면 현재 주권회의 회원 수는 11만여 명이다.
손 전 대표 측은 국민의당 안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경선을 치르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손 전 대표가 주권회의를 발판으로 한다 하더라도 이미 전국 지역 조직이 완성된 국민의당 세력과 정면 대결해 이기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손 전 대표가 믿는 구석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른바 손 전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간 연대설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손 전 대표와 긴밀하게 소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밋밋한 경선을 치러서는 대선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으니 (유력인사들을 영입해) 무조건 판을 키우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복안이었다”면서 “박 대표가 손 전 대표를 영입하기 위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손 전 대표를 돕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귀띔했다.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손 전 대표가 박 대표와 오래전부터 긴밀하게 소통해왔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의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창업주지만 국민의당은 호남권 의원들이 절대 다수”라면서 “경선 과정에서 박 대표를 비롯한 호남 의원들이 최소한 중립만 지켜줘도 손 전 대표에게 승산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손 전 대표와 김한길 전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장의 교감설도 나왔다. 손 전 대표는 지난 1월 11일 김 전 위원장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야권 연대를 주장하다 안 전 대표와 사이가 틀어졌다. 손 전 대표는 이외에도 여러 국민의당 인사들과 만나 이미 경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선거는 바람인데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서 안 전 대표를 꺾는다면 그야말로 빅이슈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지지율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금 압박과 절대적인 시간 부족 등도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다.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손 전 대표가 지난 선거 때 1억 원 정도 재산을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마이너스다. 직업이 일정하지 않다보니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사적으로 빌린 채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손 전 대표는 너무 청렴해서 옆에서 볼 때 답답할 정도다. 주권회의도 회원들이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자금이 없어 대선 준비 작업이 사실상 모두 정지된 상태다. 국민의당과 연대하면 일단 정당 차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숨통이 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손 전 대표 측의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민주당에 남아있는 손학규계 의원들이 얼마나 움직여줄지가 관건이다. 손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그를 따라나선 현역 국회의원은 이찬열 의원이 유일했다.
주권회의 창립식 때 손학규계 의원 몇 명이 추가로 탈당할 것이라는 말도 돌았지만 결국 손 전 대표를 따라 나선 의원은 없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손 전 대표가 가는 곳마다 얼굴을 비치며 친분을 과시하고 있지만 정작 탈당에는 망설이고 있는 모습이다.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율이 40%에 달하고 문 전 대표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탈당을 결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원들이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 측 또 다른 관계자는 “손 전 대표가 이들에게 탈당을 하라고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이와 관련해 이야기도 꺼낸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그들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