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우리의 목숨까지 앗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최신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그동안 막연하게 ‘건강에 해로운 존재’로 알려졌던 스트레스가 어떻게 병을 키우는지 구체적인 경로가 밝혀진 것이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 ‘킬러 스트레스’의 정체와 그 위험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본다.
‘스트레스가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일요신문DB
도쿄에서 사는 은행원 남성 A 씨(45)는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큰 슬픔에 빠졌다. 거의 매일 같이 술에 취해 살다가 결국 4개월 만에 본인도 뇌일혈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유족들에 의하면 “A는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몇 달 동안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평소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무직인 B 씨(47)는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뒤 힘들어했다. 아내는 하루 빨리 재취업하라고 성화였지만, 어디에서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지 못했다. 본래 과묵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혼자서 끙끙 앓기만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로 이송되던 도중 불귀의 객이 됐다.
A 씨와 B 씨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은 이른바 ‘킬러 스트레스’라 불리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뇌에는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영역 ‘편도체’가 존재한다. 특히 불안이나 공포를 느낄 때 편도체가 활성화되는데, 이로 인해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높아지는 등 변화가 일어난다. 만일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가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 혈관이 파괴되어 뇌졸중을 일으키거나 심근경색, 대동맥파열 등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
얼마 전, 미국 하버드의대가 발표한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연구팀이 300여 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아 편도체가 활성화된 사람일수록 혈관과 동맥벽에 염증 징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편도체가 골수에 신호를 보내 여분의 백혈구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동맥을 자극해 심장마비 등을 일으키게 한다”면서 “스트레스는 흡연이나 고혈압 못지않게 심장질환의 가능성을 높이는 매우 위험한 요소”라고 경고했다.
사실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학계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메커니즘이 파악된 만큼 관련 질환 예방법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혈관 질환 외에도 스트레스는 알레르기(두드러기), 위염, 위궤양, 당뇨병,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우울증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건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지만, 돌연사까지 이르게 한다는 것은 섬뜩할 정도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을까. 이와 관련, 미국 심리학회는 5가지 방법을 권하고 있다. 첫째, 스트레스의 원인을 피한다. 둘째,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셋째, 자주 웃는다. 넷째, 전문기관의 지원을 받는다. 다섯째,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실천한다.
참고로 첫 번째 운동은 숨이 가파른 정도의 빨리 걷기, 즉 유산소운동이 효과적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계가 흥분되는데, 유산소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을 돕고 자율신경계의 균형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은 적어도 일주일에 3번, 30분씩 규칙적으로 하는 편이 좋다. 포인트는 천천히 걷지 말고, 숨이 약간 가쁘게 빨리 걷는 데 있다.
마인드풀니스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명상법으로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도입하고 있다.
다섯 번째로 거론된 ‘마인드풀니스’가 생소한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마인드풀니스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일종의 명상법. “스트레스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최근 구글을 비롯해 유명 글로벌기업들이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에서는 “병원이나 학교, 교도소 등 마인드풀니스를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으로 채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한다.
명상 방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 와세다대학의 구마노 히로아키 교수는 “마인드풀니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뉘지만, 입문편의 경우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고 하니, 차근차근 순서대로 따라해 보자.
①허리를 꼿꼿이 펴고 정좌한다. 의자에 앉아서 해도 상관없으나 허리를 등받이에 기대지 않도록 조금 떨어져서 앉는 게 좋다. 양손은 자연스럽게 다리 위에 놓는다. 이때 눈은 가볍게 감는다.
②호흡을 그대로 느껴라. 일부러 호흡을 조절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맡기는 게 관건이다. 그런 다음 몸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가령 배와 가슴이 부풀어 오르거나 줄어드는 것을 편안히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토해낸다.
③잡념을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단순한 작업이다 보니 “OO에게 메일을 보내야겠다” “오늘은 분리수거하는 날이네” 등 잡념이 떠오르기 쉽다. 그럴 땐 “잡념, 잡념”이라고 마음속으로 2~3번 외치고,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그 녀석에게 지고 싶지 않다”와 같은 생각이 떠오를 땐 “분노, 분노”를 마음속으로 외친 후 빗나간 주의를 호흡으로 되돌린다. 결코 자신을 탓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으며, 무심코 호흡으로 주의를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④호흡을 조금씩 주변으로 넓혀 나간다. 몸 전체로 호흡하면서 숨이 손발 끝에서 밖으로 흘러나가는 걸 상상한다. 그리고 서서히 주변 환경과 하나가 된 듯한 호흡을 맛본다. 만약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무리하지 말고, 자신의 호흡에만 집중하는 것으로도 괜찮다. 3분 정도 실천하고, 익숙해지면 차츰 시간을 늘려나간다.
⑤눈을 서서히 뜨면서 호흡 명상을 마친다. 기지개를 켜거나 몸을 가볍게 쓰다듬어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온다.
끝으로 구마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일이나 인간관계에도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고 악순환에 빠진다. 우선은 마음을 온화하게 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인드풀니스는 마음을 좀먹는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데 효과적이니 꼭 실천해보길 바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