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를 받고있는 (좌)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2017.1.24 ⓒ일요신문 고성준 기자
지난 21일 구속이 결정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앞으로 구치소에서 지내게 된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는 이 두 사람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미결 수용자’이기 때문에 구치소 밖을 나설 때에만 수의가 아닌 사복을 입을 수 있다. 결국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도 구치소에선 당연히 수의로 갈아입고 구치소 기준에 맞는 영치품만 소지할 수 있는 신분으로 전락한 것이다.
# 김기춘 전 청와대 실장
김 전 실장은 항상 금색 반테의 안경을 사용했고 셔츠에 넥타이를 착용해 반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22일 영장실질심사에 반무테가 아닌 검은색 뿔테를 끼고 출두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을 직감하고 뿔테 안경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반테 안경을 착용하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속된 이후 뿔테 안경을 사용했다. (좌)1월 17일. (우)1월 22일. 일요신문/연합뉴스
교정본부의 ‘수용자 1인의 영치품 소지 및 보관 허가기준’은 ‘안경다리가 금속 재질로 그 표면에 플라스틱 코팅이 경우 허용’이라고 정해두고 있다.
과거에는 안경의 금속테 부분이 흉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뿔테만 허용돼 왔다. 하지만 규제가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후 금속테, 무테, 반무테도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무테 안경을 사용하던 김 전 실장이 굳이 뿔테로 바꾼 것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김 전 실장의 꼼꼼한 성격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넥타이와 허리띠, 끈이 달린 신발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자해 또는 자살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이 넥타이는 착용하지 않은 채 흰 셔츠에 코트만 걸친 상태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좌)1월 20일 (우)1월 21일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의 경우, 자신의 재킷 상단에 평소 위세를 과시하는 듯한 장관 배지와 평창올림픽 배지 대신 수형 번호 배지가 자리잡았다.
조 전 장관은 평소 안경을 끼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지만, 이날은 안경을 끼고 영장실질심사에 임했다. 서울구치소 관계자에 따르면 구치소 내에서 콘택트렌즈 구매는 물론 반입도 불가하다. 김 전 실장은 검정색 뿔테를 착용했지만, 조 전 장관은 무테를 착용했다.
평소 화려한 화장으로 넘치는 자신감을 표현해 온 조 전 장관은 ‘쌩얼’의 모습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구치소 내 화장품 반입 또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구치소에는 색조화장품은 물론이고 기초화장품도 반입이 불가능하다. 구치소 내에서 구매 가능한 화장품은 스킨과 로션이 전부다. 물론, 이러한 기준이 없다 하더라도 ‘국정농단’의 공모자로 추락하게 된 조 장관이 화장을 하는 것 자체가 논란을 일으키기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높은 굽의 구두 대신 단화를 착용했다. ⓒ연합뉴스
또한, 조 전 장관은 그동안 주로 신어오던 높은 굽의 구두 대신 단화를 착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역시 운동화만 허용하고 있는 구치소 기준 때문이다. 며칠새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변화된 모습은 권력의 실세도 법의 냉엄함에 그저 평범한 미결 수용자일 뿐이란 교훈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