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가 통과시킨 ‘생활임금 조례’가 사실상 수혜자가 전무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24일 제259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부산 비정규 공공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생활임금 조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해당 조례는 노동계 등이 기대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명희 의원(비례대표)이 발의한 조례안은 적용 대상이 ▲시·산하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위탁업체의 공사·용역 제공 기관·업체 등 3단계로 나눠져 있었다. 조례안이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새누리당과 탈당파 의원들에 의해 대상자가 대폭 축소되고 말았다.
지난 20일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는 논의를 벌인 끝에 다른 대상자는 모두 빼고 ‘시 소속 근로자’로 지원 대상을 한정했다. 특히 이마저도 ‘국비지원에 따라 일시적으로 고용된 근로자는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 경우 조례의 혜택을 받는 수혜자는 현재 기준으로 아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는 위원장인 황보승희 의원(바른정당)을 비롯해 권오성, 권칠우, 박성명, 이해동, 최영규, 최영진, 최준식 등 8명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모두 새누리당 의원이거나 불과 얼마 전까지 같은 당 소속이었다.
해당 상임위에 의해 조례안이 이같이 누더기로 변하자 24일 열린 임시회에선 당초 조례안을 발의한 정명희 의원과 경제문화위원회 황보승희 위원장 간에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정명희 의원은 이날 신상발언을 통해 “부산시 출자 출연기관 기간근로자까지 대상으로 하기로 합의했지만 합의안은 사라지고 시 소속 근로자로 축소해 수혜자가 없는 조례로 통과시켰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든 노동계와 시민사회도 발끈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정의당 부산시당,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노동당 부산시당 등 9개 단체로 이뤄진 부산공공부문비정규직정책연대(비정규직연대)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갖고 “비겁하고 무능한 부산시의회는 부산시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들은 “보수정당들은 생활임금 조례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을 때 돌아올 비판을 회피했다. 또한 반대 정파가 주장하는 주관적 판단 아래 대상을 축소하고 단서 조항까지 붙이며 사문화된 조례를 만들었다”면서 “이는 부산시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한 푼도 내놓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