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은 이대호가 롯데 복귀를 발표했던 24일, 예상대로 샌프란시스코와의 스플릿 계약을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입성이 보장되지 않은, 스프링캠프에서의 활약이 향후 그의 인생을 좌우할 여정 속으로 발을 내딛은 것이다.
<일요신문>에서는 뼛속부터 샌프란시스코 팬임을 자처하는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과 문답 형식의 인터뷰를 통해 황재균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 알아봤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황재균의 도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출처=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황재균의 샌프란시스코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 마디로 가시밭길로 뛰어든 셈이다. 도전하는 건 분명 아름다운 일임이 분명한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무엇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주전인 3루수 에드아르도 누네즈를 황재균이 밀어내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누네즈는 양키스와 미네소타를 거치며 정확한 방망이와 빠른 발, 그리고 여러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유틸리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누네즈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의 내야 백업 멤버들은 상황이 어떤가.
“백업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난해 뉴욕 메츠와의 와일드카드 경기의 영웅인 코너 갈라스피와 내야 유틸리티 맨 에하이러 애드리앤자, 정확도가 뛰어난 켈비 톰린슨과 경쟁을 해야 한다. 이중 제일 만만한 상대가 애드리앤자다. 셋 중 방망이가 가장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재균이 애드리앤자보단 수비와 공격 모두 앞서있다고 본다. 켈비 톰린슨은 공격에서 월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코너 갈라스피는 우투좌타에 한 방이 있는 선수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다.”
―황재균이 스프링캠프에서 중점을 둬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시범경기 들어가면 보치 감독이 처음엔 몇 차례 기회를 줄 것이다. 그걸 최대한 살려내야 한다. 만약 시범경기 중반부까지 황재균이 보여준 게 없다면 출장 기회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샌프란시스코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리빌딩을 목표로 하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즉시전력감이 아닌 선수를 기다려줄 만한 여유가 없다. 벤치 멤버들까지 강점이 있는 터라 보치 감독한테 인정받지 못한다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 처음 적응하는 루키가 시범경기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가시밭길로 들어섰다고 말하지 않았나. 강정호도 데뷔 첫 해에는 유격수 조디 머서가 큰 산처럼 보였지만 시범경기 내내 꾸준히 장타력을 보여주었고, 조디 머서가 때마침(?)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주전 자리를 확보했다.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황재균도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마음가짐을 달리했을 것이다. 어떤 부분에 신경 쓰고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거라 본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에서도 황재균의 강점을 컨택 능력이라고 봤다. 시범경기 초반에 그 컨택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잘 맞히고, 밀어치기에 능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송재우 위원의 지적대로 황재균은 스프링캠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그도 이런 현실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도전을 선택했고, 결국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4일, 이대호와 황재균은 전화통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미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25인 로스터에 생존 경험이 있는 이대호가 황재균에게 전한 조언은 보다 현실적이었다.
“힘 좋은 미국 선수들의 파워에 주눅 들지 말고 자신의 루틴대로 야구하는 게 중요하다.” 어쩌면 황재균이 가장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