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출석 때 갑자기 언론을 향해 목청껏 소리를 질렀던 최순실 씨(왼쪽). 26일 소환 때는 마스크를 쓴 채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사진=고성준‧최준필 기자
이 변호사는 “특검이 지난달 변호사를 따돌리고 최 씨를 심야 조사했다. 당시 아무개 부장검사가 최 씨에게 삼족을 멸한다고 위협했다”면서 “특검 사무실에 폐쇄회로(CC)TV 녹음·녹화가 됐을 건데, 그 내용을 특검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정규재TV’와 인터뷰를 갖고, 특검팀의 수사를 비판했는데 ‘2말3초(2월 말, 3월 초)’ 헌재의 탄핵결정이 다가오면서 박 대통령과 최 씨가 특검팀 흔들기에 나섰다는 평이 나온다.
최 씨 측의 주장에 대해서 특검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변호사 측은 특검 측이 이의를 제기해 다툼이 생기면 검찰·경찰·국가인권위원회 등 ‘제3기관’에 의한 조사에 응할 계획이라고도 밝히며, 문제를 장기화 할 가능성도 제기한 상태.
억울하다며 목청 높이는 최 씨지만, 아직까지도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최 씨를 상대로 딸 정유라 씨 특혜 관련 의혹 전반을 조사 중인데, 특검은 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추가로 청구할지, 뇌물 혐의 등으로 다른 체포영장을 청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 입장에선, 최 씨의 기를 죽이기 위해 수사에 앞서 향후 전망들을 풀어놓으면서 최 씨를 압박하려 했을 것”이라며 “이번 최 씨의 반발은 그런 특검을 완전히 ‘물 먹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수 수사에 밝은 검찰 관계자도 “구속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경에 변화를 보이면서 진술 태도가 바뀌는데 최 씨는 그런 면에서 수사하기 참 힘든 사람일 것 같다”며 “최 씨에게 의미 있는 진술을 받아내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최 씨의 발언에 대해 “여론을 보니 유리하게 돌아가지는 않고,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더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생각해 판을 흔들어 보려고 한 것 같다”며 “최 씨의 이번 결정은 순간적으로는 특검을 주춤하게 할 수 있지만 이에 ‘분노할 특검팀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정유라 씨 수사 등이 남아 있는 최 씨에게 장기적으로는 불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도 설 연휴 민심 잡기와 특검팀 흔들기에 동참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뇌물 혐의를 적용하려는 특검 논리에 대해 “엮어도 너무 엮은 것”이라면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웃으면서 “(특검의 수사 성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희한하게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만들어 냈는데 엮어도 너무 억지로 엮은 것이다”라며 “경제공동체라는 말이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니까 특검에서도 철회하지 않았느냐. 말이 안 되는 얘기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는 특검도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웃어넘기면 된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죄를 적용하면서 수수자인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이 ‘사실상 한 지갑을 쓰는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한 바 있고, 이를 입증할 증거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특검은 경제공동체 논리를 철회한 적이 없다. 의상실 관계자를 불러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의상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조사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16일 이재용 부회장 영장청구 직후 이규철 특검보는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박 대통령과 최 씨 사이의 이익 공유 관계는 관련된 여러 자료를 통해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객관적인 물증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현재 판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너무 빤한 질문과 답변이어서, 박 대통령의 목적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카드였다”며 “헌재 결정을 앞두고 4~5% 수준의 지지자들을 끌어 모아 탄핵만은 막아보려는 것 같은데 진실성이 없는 답변들이어서 얼마만큼 설 연휴에 탄핵 반대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풀이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