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삼은 한국 프로복싱이 이미 쇠퇴기로 접어든 1999년 10월 뒤늦게 세계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국내 복싱시장의 침체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3년간 방어전을 겨우 4차례만 치렀다. 흥행 침체로 국내 타이틀전의 경우 대전료가 수천만 원에 불과했기에 ‘세계 챔프’라는 수식어만 화려할 뿐 일반 월급쟁이보다도 수입이 적었다. 그나마 동생이자 매니저인 최경호 HO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가 어렵게 후원자를 구해 생활을 유지해왔다. 형의 안타까운 입장에 대해 말하는 최 대표가 “치료비 걱정에 눈물이 더 나온다”라고 토로할 정도다.
최요삼은 선수 시절도 돈 때문에 고생이 많았는데 마지막 경기도 돈벌이는커녕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동양챔피언과 세계챔피언의 중간쯤 되는 인터콘티넨탈챔피언이 링에서 사고를 당했는데 공식적인 보상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변두리 국제기구라고는 하지만 WBO는 보상 장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경기를 주관한 한국권투위원회(KBC)도 건강보험기금 외에는 어떤 보상도 해줄 수 없는 처지다. 건보금은 손을 대기가 민망한 상황이다. 1950년대 이래 국내복싱 경기의 대전료 중 1%씩을 적립해 한 때 1억 원이 넘던 건보금은 KBC 내부 갈등 와중에 모두 증발했다. 그나마 박상권 KBC 회장(평화자동차 대표)이 올해 2000만 원을 내놨고, 이중 1400여만 원이 남아있을 뿐이다. 황현철 KBC홍보부장은 “전 집행부 때 없어진 돈을 간신히 얼마 안 되는 액수로 만들어놨는데 이마저도 이번에 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KBC는 ‘최요삼 돕기 기금 마련 캠페인’을 열어 온정의 손길에 기대기로 했으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장정구 유명우 지인진 등이 팔을 걷고 나섰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밀려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