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가 최근 이정재·정우성이 지난해 설립한 회사 아티스트컴퍼니로 이적하면서 연예계 안팎에서는 “뜻밖의 선택”이라는 반응이 잇따른다. 10년여 동안 함께 해온 매니저와의 새로운 출발 가능성이 점쳐졌던 하정우는 자신의 행보를 두고 줄곧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때문에 그 새로운 무대가 아티스트컴퍼니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적었다.
소속사 이적 자체가 핫이슈인 하정우가 여러 제안을 뿌리치고 아티스트컴퍼니로 이적한 데는 여러 속내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 선배인 이정재, 정우성과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눴다는 해석과 함께 이들 셋이 모여 그려나갈 ‘큰 그림’에 대한 궁금증 역시 높아지고 있다.
위부터 영화 ‘더 킹’의 정우성, ‘암살’의 이정재, ‘의뢰인’의 하정우.
하정우의 선택은 아티스트컴퍼니에 대한 업계의 시선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설립 당시만 해도 이 회사는 20년 지기인 이정재와 정우성의 ‘패밀리십’으로 출발하는 인상이 짙었다. 연예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워낙 절친한 사이인 데다 오랫동안 함께 일할 기회를 모색해온 사실도 익히 알려져 있어 아티스트컴퍼니 설립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였다.
회사 설립 이후 정우성은 회사의 대표를 맡고 전면에 나섰다. 이정재 역시 이사 직함을 얻었다. 물론 경영을 전담하는 전문경영인을 따로 두긴 했지만 ‘대표 정우성’과 ‘이사 이정재’가 차지하는 회사 내 영향력은 앞서 몇몇 배우들이 설립한 매니지먼트 회사들보다 컸다. 어디까지나 신생 회사인 만큼 배우들 영입에 이들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만큼 배우 오너 회사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는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는 연기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연예계에서는 아티스트컴퍼니의 강점으로 “배우 마인드로 배우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사실을 꼽는다. 철저하게 배우의 눈높이로 활동 전략을 설계해 제시하면서 새 활로를 찾는 연기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에 동의한 연기자들도 많다. 하정우에 앞서 SM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한 고아라가 이적을 확정했고, 걸그룹 포미닛 출신의 연기자 남지현 역시 이 회사에 둥지를 틀었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이정재 정우성처럼 경력 있고 중량감이 상당한 스타들이 후배나 동료들과 시선을 맞춰 소속사 이적을 제안하면 더 큰 신뢰와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아티스트컴퍼니로 이적하는 배우들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에 공감대를 나누는 연예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흐름에 방점을 찍은 주인공이 바로 하정우다. 기존 이정재·정우성에 더해 하정우로 완성된 ‘빅3’의 만남이 만들어낼 파급효과로 인해 ‘FA시장’에 나온 연예인들의 릴레이 영입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들은 현재 독립영화 등에서 활동하는 20대 신인 연기자부터 인지도가 상당한 50대 중년 배우들까지 망라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 영화 기획 및 제작 기대
단순히 배우들이 똘똘 뭉친 매니지먼트 회사였다면 하정우가 굳이 아티스트컴퍼니를 선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업계에서는 하정우와 이정재·정우성의 만남은 향후 이들이 합심해 영화를 기획, 제작하는 등 활동 영역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들 세 배우 모두 영화 기획과 제작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영화계가 이들의 만남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다.
하정우는 2013년 영화 <롤러코스터>의 연출을 맡아 연기자를 넘어 감독으로도 데뷔했다. 2015년에는 두 번째 연출영화 <허삼관>을 내놓으며 주연까지 맡았다. 연기뿐 아니라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는 영화 제작 전반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1년간의 영화 출연 스케줄을 미리 세우고 움직일 정도로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꼽히는 와중에도 하정우는 현재 세 번째 연출 영화를 구상하고 있다. 미국 한인회장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하정우가 숱한 러브콜을 뿌리치고 이정재와 정우성을 택한 이유도 영화 기획과 제작이라는 ‘같은 뜻’을 나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정재와 정우성 역시 각각 영화 제작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몇 년 전 시나리오 작가를 고용해 함께 뜻을 모은 영화 시나리오를 써 보기도 했다. 작업 진행이 여의치 않아 작품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향한 마음은 접지 않았다.
정우성은 지난해 1월 첫 제작 영화인 <나를 잊지 말아요>를 내놓았다. 이후 이정재와 회사를 세우고 소속 배우 역시 늘어나면서 영화 제작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때에 따라 직접 출연까지 하는 시스템 구축도 욕심을 내고 있다.
실제로 이정재는 아티스트컴퍼니 설립 직후 이 같은 계획을 알렸다. “영화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이 배우 캐스팅”이라고 짚은 이정재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적합하다면 소속 배우가 출연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