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우선 STX의 실적이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TX는 2014년 38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5년 490억 원의 적자, 2016년 1~3분기 378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실적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재무상태도 좋지 않다. 2016년 3분기 기준 부채가 1조 875억 원인 데다 자본은 잠식 상태다. 그럼에도 채권단은 매각에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매각에 나서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진행 중인 사안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TX의 사옥이었던 STX남산타워의 과거 사진. 그러나 그룹이 분사되면서 LG그룹이 인수해 현재는 LG서울역빌딩으로 이름도 바뀐 상태다. 일요신문 DB
최근 STX 주가의 변동이 심해 현 주가를 기준으로 매각가를 점치기도 어렵다. 지난해 12월 29일 1660원으로 마감한 STX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 1월 12일 3480원까지 올랐다. 이후 하락세를 보여 지난 1월 23일 2350원으로 하락했지만 지난 1일 다시 3000원대로 상승하는 등 짧은 시간에 롤러코스터 같은 변동폭을 보여줬다.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 수는 2108만 547주. 지난 1월 23일 종가 2350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495억 원이다. 지난 1월 12일 종가인 348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734억 원으로 200억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상승세였던 STX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데는 STX중공업의 영향이 컸다. STX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1월 13일은 STX중공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은 날이다. 회생계획안에 따라 출자전환으로 STX의 STX중공업 채권 742억 원이 STX중공업 지분 10.54%로 전환되는 것이 STX 주가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부터 매각설이 돌면서 올 초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STX중공업의 주가 역시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은 후 1월 16일 하한가로 마감,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이 같은 점을 미뤄볼 때 가뜩이나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STX의 매각이 옛 형제였던 STX중공업과 인연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그 향방을 예상하기 힘들어진 상황에 닥쳤다고 볼 수 있다. STX 관계자는 “STX중공업의 회생안 발표가 STX 주가 급락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라며 “매각 관련 공시가 나오면 주주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STX중공업 회생 발표와 겹쳐 급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의 하락세가 지속되면 채권단은 기대 이하의 매각가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급등하면 인수 희망자 쪽에서 매각가에 부담을 느껴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 채권단은 주가 변동이 매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희망자들은 STX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기에 주가 때문에 적정 매각가가 바뀔 것 같지 않다”며 “그럼에도 너무 낮은 금액을 제시받으면 매각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STX 직원들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STX 한 직원은 “한때 390명이었던 STX 직원이 현재 130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우리가 이직하지 않고 남아 있는 이유는 STX와 끝장을 보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하루 빨리 좋은 투자자가 나타나 STX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어디에? 대법원 판결 남겨두고 소재조차 아리송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2014년 1월 채권단자율협약에 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같은 해 5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횡령·배임 및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강 전 회장을 기소했고 법원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강 전 회장은 항소해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60시간의 판결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검찰이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강 전 회장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선·해운산업 부실 책임을 규명하는 ‘서별관회의 청문회’에 강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강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채택됐지만 역시 불참했다. 국정감사에 불참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빈 자리가 보이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강 전 회장은 근황은커녕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STX 관계자는 “강 전 회장과 STX는 남남이라 그의 소식에 대해서는 전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과거 STX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강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국내에서 쉬고 있다”며 “STX장학재단에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STX장학재단 관계자는 “강 전 회장은 STX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STX장학재단 이사장 자리에서도 내려왔다”며 “이후 재단에서의 활동은 전혀 없어 재단에서도 강 전 회장의 근황은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