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박 시장은 설 직전인 1월 26일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이로써 박 시장의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공세로 일촉즉발로 치닫던 양측의 갈등은 봉합 수순을 밟게 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4일 오전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정책공간 국민성장 연구소 주최로 열린 정책간담회 ‘美 트럼프 취임과 한국의 정책방향’ 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실제 문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 직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의 일환인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현장인 서울 성동구 마장동 주민센터를 방문, 사회복지사와 방문간호사, 마을사업전문가 등을 두루 만났다.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는 박 시장의 대표적인 복지행정 혁신 사업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안도의 기류가 엿보였다. 그간 친노(친노무현)계나 비노(비노무현)계 다수의 인사들은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깃발을 들고 전면에 섰던 박 시장의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비노계 한 인사는 “박 시장이 연일 악수를 두고 있다”며 “(범야권) 지지층을 잃어버리면, 차차기를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시장은 연일 문 전 대표를 향해 “기득권 청산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문 전 대표 측과 박 시장 측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1월 25일 전후로 박 시장이 2월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얘기가 떠돌자, 당 내부 분위기는 순간 얼음장으로 돌변했다.
문 전 대표 측 내부에서도 광화문광장 출마 플랜이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문 전 대표가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장소다. 또한 당시 보궐선거는 시민사회단체에 머물던 박 시장이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분기점이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4년 전 18대 대선에서도 광화문광장에서 출마 선언을 하려다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에게 선점당했다. 당시 문 전 대표 측이 18대 대선 당시인 2012년 6월 15∼18일 중 출마 날짜를 고심하던 사이, 손 전 고문 측은 14일에 광화문광장에서 출마 선언을 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결국 문 전 대표는 같은 달 17일 서대문 독립공원으로 선회하는 출마 선언 장소 ‘플랜B’를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박 시장의 불출마로 양측의 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문 대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박 시장의 지지 기반인 86그룹 출신의 민주평화국면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문 전 대표 대신 안희정 충남도지사 캠프로 합류할 가능성이 커서다.
민평련 소속인 박홍근·기동민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은 1월 초 안 지사 캠프에 합류했다. 친노 적자 논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황이수 전 비서관, 여택수 전 행정관 등 원조 친노가 안 지사 캠프에 합류, 문 전 대표 측으로선 뼈아픈 실점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현역 의원들의 안 지사 지지는 곧 당원들의 조직표 결집을 의미한다”며 “대세가 굳어진 상황에서 일부 의원들이 비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당원들이 오더를 따르겠느냐”고 평가 절하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