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연합뉴스
한진해운 창립 4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이르면 2월 17일 파산
[일요신문] “조양호의 눈물”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이 결국 청산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법원은 한진해운 채권단 등에 한진해운 회생계획 폐지여부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법원의 이 같은 조치는 구속력 있는 절차는 아니지만 법원이 한진해운 투자자의 뜻을 묻는 것으로 회사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이미 한진해운은 가진 자산을 대부분 매각했으며 회사에서 근무하던 인력도 빠져나간 상태로 영업력을 상실한 상태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지난해 8월 31일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이후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들은 공중분해 됐다.
미주·아주노선 영업망은 삼라마이더스(SM)그룹이, 롱비치터미널은 MSC와 현대상선이, 스페인 알헤시라스터미널은 현대상선이 각각 인수했다. 인력 역시 SM상선, 현대상선 등으로 흩어진 상태다.
금융권과 업계 관계자들은 “(한진해운은) 달리 방법이 없다. 아직 청산을 동의한다는 뜻을 전달하지 않았지만 받아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진해운의 청산을 이미 예측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한진해운은 공시를 통해 미국 하역업체 롱비치터미널(TTI)의 보유 지분 전량인 1억4824만 여주(1달러)와 주주대여금(7250만 달러)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자회사인 장비임대업체 HTEC(HANJIN SHIPPING TEC.INC)의 지분 100주(275만 달러)와 주주대여금(275만 달러)을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폐지결정이 내려지고 확정되기까지 2주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기간 동안 한진해운의 청산에 대한 이의가 없을 경우 파산이 집행될 전망이다. 법원도 파산 선고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한진해운 파산을 선고하면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자산매각에 따른 이득을 채권 채무관계를 따져 채권자에게 분배한다.
한진해운이 조양호 회장의 노력에도 회생되지 않았다. 사진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순실 청문회에 재벌총수들과 함께 증인으로 참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한진해운은 청산이나 파산의 방법 차이일 뿐 사실상 창립 4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중훈 창업주를 뒤이어 꿈꿨던 ‘수송보국(輸送報國)’에서 바닷길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진해운은 고 조중훈 창업주가 1977년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설립하고 꾸준히 해상운수업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한진해운 경영을 독자적으로 맡아 왔던 고 조수호 회장(조양호 회장의 동생)이 2006년 세상을 떠나면서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해운업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2014년 4월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한진해운을 떠안고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며, 1조원이 넘는 지원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한진해운 경영 2년 만에 조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과 정부와의 정책 혼선 등으로 물류대란 골든타임 논란까지 겹치며, 한진해운의 마지막 모습을 침통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