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순실 씨가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최준필 기자
최 씨는 미얀마 사업의 이권개입 정황과 외교관 인사 개입 등을 묻는 특검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나 유 대사의 증언으로 최 씨의 외교부 인사와 미얀마 사업의 개입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미얀마 K타운 사업은 대형 복합 건물에 한류 관련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그 내막에는 최 씨가 한국 정부의 사업 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꼼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진 인물이 두 명이다. 우선 최 씨가 인사에 개입한 유 대사, 그리고 K타운 사업을 추진한 업체인 M 사의 대표인 인 아무개 씨다.
특검에 따르면 인 씨는 K타운이 건설될 경우 사업권을 자신이 운영하는 M 사가 맡는 대가로 최 씨에게 이 회사 지분 20%를 제공했다. 이는 최 씨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 씨가 받은 지분은 2000만 원 상당이다. 그런데 M 사는 K타운 사업 진행 이후 주식 상장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알려졌는데 상장이 이뤄질 경우 주식 가치가 급상승해 최 씨가 얻게 됐을 이익은 10억 원 규모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씨가 언제부터, 어떻게 인 씨와 알게 됐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인 씨는 최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더블루K에서 부장이었던 류상영 씨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 씨는 최 씨를 알기 전부터 미얀마 사업에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 씨는 2011년부터 H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미얀마를 오가며 무역, 부통산 투자 등의 사업을 해 왔다. 이외에도 인 씨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수입, 수출하는 I 사 대표이기도 하다. 인 씨와 미얀마 정부의 관계는 2013년 이후 급격히 가까워진다. 당시 인 씨는 물품검수업을 주로 하는 M 사를 설립했고, 이 회사가 미얀마 수출 화물의 선적 전 검사 대행 독점권을 갖고 있다고 홍보했다. M 사는 미얀마 상공부 산하 유일의 정부 검사 기관의 한국지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는 수출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선적 전 검사를 하기 위해 해외 주요 수입국에 지사를 설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그 중 한국 지사가 가장 먼저 생기게 된 것이다.
인 씨는 이때부터 미얀마 상공부의 한국지사장 직함을 갖게 됐고, 미얀마와 우리나라를 오가며 무역업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미얀마 무역진흥국 서울사무소를 국내에 개소했고 관장에 임명됐다. 이곳은 한국 기업들의 미얀마 진출을 돕기 위해 기업 간 미팅, 기업과 정부 간 미팅 등을 주선하며, 미얀마 수출에 관련된 서류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이다. 인 씨의 지인들은 “인 씨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오랜 기간 미얀마에서 선교 사업을 했기 때문에 미얀마 고위층과 잘 아는 사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대통령산업통상자원비서관으로 있을 당시 이란과 미얀마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정 차관은 이란 K타워 프로젝트에 이어 미얀마 K타운 대책회의를 주관했고 이때 인 씨는 미얀마 대표 자격으로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K타운 사업은 중단됐다. 이번 의혹으로 이목이 집중된 인 씨와 인 씨가 소유한 회사의 행방은 알기 힘든 실정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사무소는 인 씨의 기존 회사 두 군데와 같은 장소에 위치해 있다. 실제 장소에 가보니 인 씨의 회사는 온데간데없었고, 인 씨와 관련 없는 회사가 해당 장소를 새로 계약해 내부 공사를 하고 있었다. 건물 관리자는 “이미 두세 달 전에 인 씨 회사 측에서 짐을 싸서 나갔는데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다”며 “아직 등기가 살아있다는 건 등기 정리를 안해서 그런 것 같은데 자세한 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인들 역시 “인 씨가 미국 국적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미국 등 해외를 자주 왔다갔다했고 한국에서는 렌트 차량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취재 도중 미국 국적인 인 씨가 국내에서 폭행 사건에 연루돼 집행유예를 받아 강제추방대상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당시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인 씨는 지난 2015년 8월 지인 두 명과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의 식당에서 김 아무개 씨 일행에게 “술을 사 주겠다. 부산 칠성파인데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라고 말을 걸었다. 이에 김 씨 일행이 “마음만 받겠다. 반말은 하지 말라”고 답하고 식당 밖으로 나가자 이들을 뒤따라가 폭행을 가했다. 인 씨는 김 씨 일행 중 한 명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는가 하면 김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다리, 배를 걷어찼다. 갑작스럽게 폭행을 당한 김 씨 일행은 턱뼈 등이 골절되는 피해를 입었다.
인 씨 일행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고 검찰 조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2015년 11월 인 씨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일행 역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인 씨는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을 공탁했다”며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은 폭행의 경위와 강도,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지난해 6월 항소를 기각한 바 있다. 출입국관리법 47조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을 출입국 당국이 강제추방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 씨는 강제추방 대신 청와대를 드나드는 등 국책 사업에 개입해왔다. 특검은 인 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진행됐으며 앞으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