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새누리당이 지난 2일 ‘분권형 대통령제로 대선 전 개헌’을 당론으로 확정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시기를 못 박았다. 대선 전 개헌 대 반개헌(호헌) 구도로 끌고 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야권 후보 중 대세론을 형성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만 개헌에 냉담하다. 그렇다면 문 전 대표를 뺀 나머지 후보들의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가 가능해진다.
김종인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 마치 트로이의 목마와 같다. 문 전 대표와 대척점에 선 그는 ‘비문지대’를 이끄는 수장이다. 그는 이달 중순 독일을 방문한 뒤 ‘뮌헨구상’을 밝히겠다고 선전포고 했다. 탈당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그런 그는 대표시절보다 더욱 분주하게 사람들을 만난다. 박 대표와는 진즉에 만났고, 안희정 충남지사와도 회동했다.
박 대표도 마찬가지다. 손학규 국민통합주권회의 의장을 만났고, 안철수 전 대표와도 교감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국민의당행도 이끌고 있다. 제3지대를 정치권의 중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김무성 고문은 반 전 총장과 접촉하며 제3지대 형성을 주도해왔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직후 그에게 전화를 걸어 “20여 일간의 행보 중에 가장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고맙다. 가장 큰 도움을 주셨다”고 인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고문은 바른정당의 선전보다 제3지대의 활약에 큰 의지를 보인다는 지적에 시달리면서도 물밑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역시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새누리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띄우는 한편에서 홍정욱 전 의원을 만나 접촉한 것도 주목된다. 그들은 지금 개헌을 고리로 한 3지대의 중심에 상징적인 인물을 세우려 노력 중이다. 그는 18대 국회에서 소장파로 활동하며 개헌 논의의 중심에 섰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속의 국회와 의회민주주의 속의 행정부가 많이 혼재된 어지러운 모습이다. 이것을 철저히 분리해서 완전한 대통령제로 가든지 아니면 내각제의 면모를 많이 갖추든지 결정해야 한다.” 벌써 8년 전 홍 전 의원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친환경 먹거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홍 전 의원은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전해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개헌은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 각 시민사회단체, 학계와 전문가그룹, 원로들이 모두 원하는 주제”라며 “개헌으로 승자 독식보다 모두가 일정 지분을 차지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대세론 주자 빼고 다 모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개헌특위가 어느 의회보다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모습도 이채롭다. 이미 특위 위원들이 인선됐고, 큰 틀에서의 논의주제도 정하고 있다. 김종인, 인명진, 박지원와 김무성. 정가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의 합작품이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