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고속도로 운영사인 신공항하이웨이의 발주사업을 두고 업계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신공항하이웨이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시스템 개선을 위해 요금징수와 교통관리시스템 제조·구매 입찰을 지난해 11월부터 3차례 진행했지만 3차례 모두 1개 컨소시엄만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 ‘2회 유찰시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신공항하이웨이는 결국 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입찰에 관심을 갖고 있던 SI업체들은 3차례 모두 입찰이 유찰된 것은 불공정한 입찰 방식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공항하이웨이가 발주한 이번 사업은 고속도로의 전체 뇌를 바꾸는 것이다. 통상 전체 시스템은 7~8년 주기로 바뀐다. 2000년에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유료통행을 시작할 당시 전체 시스템을 제조한 회사는 삼성SDS였고, 2007년 또 한 차례 있었던 시스템 제조사업도 삼성SDS가 맡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11월 다시 시스템 제조사업 입찰 공고가 나왔다.
SI업계는 신공항하이웨이의 사업자 선정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소프트웨어사업자들에게 300억 원 규모의 사업은 흔치 않은 큰 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공항하이웨이가 통행료를 받는 통행료징수시스템과 교통관리시스템을 한데 묶어 발주해 실제로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두 시스템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교통관리시스템을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이 10개 정도가 있고, 통행료징수시스템을 제조할 수 있는 회사는 3개 사가 있다. 결국 신공항하이웨이가 두 사업을 뭉텅이로 발주한 탓에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에스트래픽, 진우산전, 포스코ICT 3개 사밖에 없었다. 에스트래픽은 삼성SDS의 교통SI 부문이 독립해 나온 회사다.
이 3개 사는 모두 입찰에 관심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3차례 입찰에서 에스트래픽만 단독 입찰해 모두 유찰됐다. 신공항하이웨이는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에스트래픽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진우산전과 포스코ICT는 입찰에 관심을 갖고 제안서까지 썼으나 발주처인 신공항하이웨이의 입찰방식에 대한 불만 때문에 입찰을 포기했다. 입찰에 불참한 2개 사는 ‘2단계 경쟁입찰’을 요구했지만 신공항하이웨이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택했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기술력을 주요 평가 요인으로 보기 위한 방식으로 기술력 80점·제시가격 20점을 배점으로 한다. 2단계 경쟁입찰은 먼저 입찰 참가자가 기술평가 기준점수를 통과하면 최저 가격을 제시한 자를 사업자로 선정하는 계약방법이다. 신공항하이웨이는 2007년에도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입찰을 희망했던 업체들이 2단계 경쟁입찰을 주장했던 까닭은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입찰이 진행되면 기존 사업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삼성SDS에서 분리된 에스트래픽은 사실상 2000년부터 인천공항고속도로 시스템제조 사업을 담당해왔다. 입찰자가 발주처와 오랜 시간 일을 하다보면 발주처의 세세한 요구를 파악하기 쉽다. 또 발주처는 평소 쓰던 시스템에 이미 적응돼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면 교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에스트래픽, 진우산전, 포스코ICT 모두 다른 고속도로의 시스템 제조구매 사업을 진행한 바 있어 기술력에서 검증받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예산 절감을 위해 최저가 낙찰을 하는 2단계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신공항하이웨이는 민자법인으로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신공항하이에이 홈페이지 캡쳐
기술력을 철저히 따져 품질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발주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민자법인 중 최소운영수익보장금(MRG) 협약이 적용되는 곳은 운영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그만큼 국고보조금을 지원받기 때문이다. MRG 적용을 받는 신공항하이웨이는 2000~2015년 국고보조금으로 1조 2854억 원을 보전받았다. 서울의 외곽순환도로 운영을 담당하는 민자법인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는 주로 최저가 낙찰 방식을 발주한다.
통행료징수시스템과 교통관리시스템을 묶어 발주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는 두 가지 시스템으로 공정별로 나누어 입찰을 받고 있다.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 관계자는 “공정별로 전문성을 가진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나누어 발주한다”며 “더 많은 기업이 입찰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둘을 한데 묶어 발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공항하이웨이 관계자는 “관제센터가 하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함께 발주했다”고 설명했다.
SI업계 일부에서는 신공항하이웨이의 입찰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신공항하이웨이가 사업 기본설계를 마친 뒤 국가공인 원가조사기관인 한국경제정책연구소에 사업의 원가계산을 맡긴다. 한국경제정책연구소가 산정한 원가에 대해서는 발주처만 알고 입찰 참가자엔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그런데 사업 공정 중 하나인 레이더검지기에 대해 에스트래픽이 한국경제정책연구소를 대리해 한 벤더업체(A 사)에 원가 견적을 요청한 후 이를 한국경제정책연구소에 전달했다. 발주처인 신공항하이웨이와 한국경제정책연구소가 해야 할 일을 입찰 참가자인 에스트래픽이 나서 벤더업체에 장비 원가 견적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한국경제정책연구소에 전달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또 이 과정에서 절대 비밀이어야 할 원가를 입찰 참가자가 뻔히 알게 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SI업계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직 법적으로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문제 소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공항하이웨이는 납득하기 힘든 해명을 했다. 신공항하이웨이 관계자는 “한국경제정책연구소가 A 사와 에스트래픽에 모두 원가 견적을 요청했다”며 “A 사뿐 아니라 에스트래픽에도 원가 견적을 물어본 것은 A 사의 레이더 검지기로 시스템을 운영해 본 회사가 에스트래픽이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찰을 포기한 한 기업 관계자는 “입찰공고가 나온 때부터 이미 업계에서는 신공항하이웨이가 수의계약으로 갈 것이라고 말이 돌았다”라며 “국고보조금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최저낙찰제를 선택하지 않는 것은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