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동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요즘 SNS에서 화제를 끌고 있다. “동생과 부모님이 나에게 욕설과 비난을 퍼붓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이 글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SNS에서 시작된 관심은 이내 온라인으로 확장됐고 너무 급격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현재 문제의 글은 지워진 상태다. 그렇지만 이 글을 본 한 네티즌에 의해 성폭행 사건으로 신고가 이뤄지면서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동생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A 씨(여·21)는 지난 1월 29일 오후 SNS에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A 씨는 “남동생이 내가 자고 있을 때 성폭행을 했다”며 “남동생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위협적인 말을 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남동생 외에 다른 가족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음을 드러냈다. 그는 “신고를 하려 했지만 아버지는 임신을 안 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는 ‘다 지난 일’이라며 신고를 막았다”며 “여동생은 내가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았으니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SNS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글이 공개되자 많은 네티즌들이 관심을 보였다.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고 글의 진실 여부에 대해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A 씨는 글을 삭제한 이후에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구심에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다.
문제의 글이 삭제된 이후에도 세간의 관심은 잦아들지 않았다. 한 네티즌의 신고로 사건에 대해 경찰 조사가 시작된 것.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A 씨의 동생은 경찰관 면담에서 성관계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 성폭행 등이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기에 현재 조사 중이라는 것 외에는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A 씨는 글을 삭제한 이후에도 댓글 등으로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댓글에서 “어머니한테 전화가 와서 동생의 경찰 조사가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 이야기가 허위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부의 의심에 억울해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 대응할 의지를 드러내며 “심한 말은 삼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네티즌의 신고로 경찰조사가 시작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2월 2일에는 A 씨가 새 글을 올려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응원과 조언 해준 분들께 감사하다”며 “가족끼리 말을 맞추고 억지를 부려도 진실은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했다.
A 씨가 SNS에 마지막으로 올린 글. SNS 화면 캡처.
다음날인 2월 3일 A 씨는 SNS 쪽지를 통해 이뤄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지난 이틀 동안 잠도 못 잤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A 씨는 계속되는 동생의 성폭행에 지난해 11월 집을 나와 따로 살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족사에 대해서도 밝혔다. A 씨는 태어난 이후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5세가 되던 해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새아버지는 종종 A 씨를 때렸고 어머니는 무신경했다. 자라면서 여동생은 고아원에서 온 A 씨를 싫어했다. A 씨는 “여동생이 나에게 고아원으로 돌아가란 말을 자주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남동생의 성폭행에 대해서는 “2014년 여름부터 집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계속됐다”며 “가족이 없을 때 내가 잠든 사이 동생이 성폭행을 했다. 잠에서 깨고 화장실로 도망치며 거부했지만 동생이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이미 키가 많이 자라 강압적으로 했다.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은 맞벌이를 해서 집안일을 내가 다했다. 동생들도 어릴 때부터 키우다시피 해서 책임감 때문에 성폭행을 차마 알릴 수 없었다”며 “그땐 그게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정신적 고통이 지속되자 사과를 요구했지만 가족 구성원 중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그는 “가족들이 합세해서 하는 욕에 충격을 받아 경찰에 문의했고 신고가 가능하단 말은 들었지만 차마 동생을 신고할 수 없었다”며 “계속해서 가족들이 전화를 해서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에 신고하겠다고 하니 합의를 하자더라”고 말했다. A 씨의 부모는 100만 원을 제의했지만 결국 이마저도 주지 않았다.
그는 “이제는 가족들을 상대하기도 지쳤다”며 “동생과 함께 가족들도 처벌 받길 원하지만 그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A 씨는 오는 5일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를 받을 계획이다.
이번 사건과 같은 친족 간의 성범죄는 일반 성범죄보다 관련 법률에 의해 가중처벌 되고 있다. 강간의 처벌 수위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데 반해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은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의해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한국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친족 간 성범죄에 대해 “일단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공간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가정에서 함께 지낸다면 피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그는 “피해 사실을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어렵다면 주거지 주변 상담소나 쉼터에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쉼터는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시킬 뿐 아니라 치료와 재활을 돕기도 한다.
친족 간의 성폭력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큰 처벌을 받지만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인 A 씨의 동생이 처벌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A 씨가 성폭행이 처음 있었다고 주장한 2014년은 그의 동생이 만 14세로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성폭행이 이뤄졌기에 경찰에서 정확한 성폭행 시점이 조사된다면 처벌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