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플롯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는 독특한 구조
-거듭되는 반전, 충격적인 스토리, 이에 녹아든 민족과 믿음의 미래
[일요신문] 하호선 기자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하는 통일국가를 배경으로 설정한 소설 <신의 속삭임>(하용성 지음, 행복우물, 464쪽)이 출간 후에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소설 <신의 속삭임>은 위에 언급한 배경 설정으로 인해 우선 눈길을 끌지만 숨은 주제는 따로 있다. 기독교를 비롯한 주류종교에 대한 날선 비판과 대안제시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반수구, 반일 등과 같은 저자의 관념을 엿볼 수 있는 소주제들도 곳곳에 녹아있다.
소설의 핵심 키워드인 ‘종교’는 사실 재미없는 소재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 전개는 이를 주제로 한 것과는 달리 매우 흥미롭다. 김정은 대통령 시해사건이라는 주목되는 요소를 끌어온 뒤 주제에다 삽입해 살짝 버무렸다. 저자가 자신이 밝히고자 하는 무거운 주제를 위해 재미있는 아이템을 대입한 셈이다.
출판사 ‘행복우물’ 대표이자 작가인 다니엘 최는 “시놉시스를 처음 접했을 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저자의 무한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시도가 기존의 틀을 모두 거부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장상황에도 과감하게 출판을 결정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기대해도 좋다”고 밝혔다.
소설은 남북이 2020년 통일을 이루는 것으로 시작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상징적인 국가원수인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형식이며, 국호는 고려연방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법통과 체제 등은 그대로 계승한다.
통일이 되는 그 해 가을, 한 아이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다. 아이는 새로운 불교 종파를 창시한 승려와 개혁적인 성향의 개신교 목사 등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통일 이후 8년이 지난 시점, 김정은 대통령 시해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은 범인이 대통령과 영부인을 권총으로 쏜 후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음에 따라 미궁에 빠진다. 사건의 해결과정과 주인공인 세홍의 성장이 어우러지면서 스토리는 이어진다.
그러던 중 연방정보원이 시해사건의 실마리를 하나 잡아낸다. 행방이 묘연했던 범인의 어머니가 중국에서 신분을 바꾼 채 산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하지만 그녀도 곧바로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실망하던 연방정보원이 그녀의 유품에서 새로운 단서를 하나 발견한다. 그들은 이를 기초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해나간다.
소설은 이후 김정은 시해사건이 해결되고, 주인공의 성장이 오랫동안 봉인된 비서(祕書)로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단지 소설 말미에 전개되는 잇따른 반전의 서막일 뿐이다. 반전을 이루는 핵심줄기는 주인공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다.
소설은 전체적인 흐름이 일단락된 후 이어지는 에피소드 1·2·3·4로 인해 모든 결말이 지어진다. 이 네 가지 에피소드들은 앞서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면서 남은 퍼즐을 모두 완성한다. 반전의 대다수가 이 부분에서 나온다. 또한 이 네 개의 에피소드들이 각각 한 편의 단편처럼 구성된 점도 이채롭다.
<신의 속삭임>은 주인공 세홍이 창시한 종교가 모순에 가득 찬 기존 주류종교를 대신할 새로운 믿음이라고 웅변한다. 특히 기독교가 인류가 지향해야 할 신앙으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현 시대가 보다 진화한 종교적인 패러다임을 요구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또한 소설은 내용 곳곳에 독자들의 개인적인 판단과 해석을 요구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숨어있다. 이를 들춰보는 것도 소설을 읽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세홍의 얘기와 김정은 대통령 시해사건이라는 두 개의 핵심 플롯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다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로 귀결된다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저자 하용성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일부 수구세력은 모든 증거가 드러났음에도 이를 부인한다. ‘단두대’도 시원찮을 일을 두고 조작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믿고 싶은 거짓에 매몰돼 진실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기독교 등을 비롯한 주류종교도 이와 마찬가지다. 오래전의 지식을 기초로 만들어진 까닭에 모순투성이인 줄을 알면서도 많은 이들이 이를 믿고 있다. 이에 대한 외침을 작게나마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중소설은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집필과정에서 ‘종교’보다는 오히려 ‘재미’란 단어에 방점을 더욱 크게 찍었다. 이게 소설의 장점 혹은 단점이 됐는지는 모르나,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 담긴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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