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2016), 72.7x36.3cm, 혼합재료.
Future Art Market-Artist 27
‘마음의 풍경을 그리다’ 최성원
자연의 힘은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해왔다. 동양에서는 ‘기운’으로 산수화 속에 담았고, 서양에서는 낭만주의 풍경화에다 ‘에너지’로 품어냈다. 그런데 기운과 에너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짚어가는 곳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인데, 그 차이가 자연을 바라보는 동양과 서양의 다른 눈인 셈이다.
동양인이 바라본 풍경 속 기운에는 감성적 코드가 숨어 있다. 장관을 연출하는 산세나 구릉, 바람, 비 혹은 눈 같은 자연 현상에다 인성적 요소를 덧붙이고 있다. 즉 살아 있는 생명체로 자연을 대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서양인들은 자연의 신비한 현상은 이를 연출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물리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을 해석하는 서양인의 풍경에서는 합리적 시각 요소를 앞세운다.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는 자연을 실감나게 재현하는 그림이다. 최성원의 풍경도 언뜻 보면 이런 풍경화의 느낌이 강하다. 서양화 재료와 기법으로 원근법의 문법에 맞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풍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서양적 사고에 의한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연을 소재 삼은 풍경이 분명한데 작가의 마음으로 연출한 풍경화인 것이다. 우리네 산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지만 실경이 아니다. 실제 경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마음에서 우려낸 마음 풍경인 셈이다.
그곳(2016), 195x195cm, 혼합재료.
“보이는 풍경을 바탕으로 생각을 담고 싶었다”는 최성원은 경치를 바라보고 재현하는 풍경화가 아니라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풍경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것도 감성의 그물로 건져 올려…. 바로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이 일구어낸 산수화의 생각이다.
최성원은 선비의 풍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북 안강 출신이다. 수려한 자연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한국적 자연미를 흠뻑 맞으며 유년시절을 단련했고, 전통 미감의 보고인 경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런 배경과 환경이 그를 한국적 산수풍경의 세계로 이끈 셈이다.
그의 그림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숙련된 붓의 맛과 절제된 색채의 어울림이 빚어내는 단박함이다. 유화임에도 기름진 느낌의 그림이 아니다. 수묵화에서 흔히 쓰이는 농염 기법으로 유채의 기름기를 제거하고 색채의 맑은 기운을 돋보이게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분적으로 혼용하는 먹의 느낌도 이런 기운에 한몫 거든다.
다음에 눈이 가는 부분은 구성이다. 여백을 화면 중심에 두는 파격적 구성을 따르고 있다. 전통 문인화의 구성을 차용한 것이다. 실재하는 풍경 이미지를 바탕으로 마음속에 있는 새로운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담기 위한 인위적 구성의 풍경으로 바꾸기 위한 최성원식 조형 어법인 셈이다.
이를 통해 그는 체험한 경치의 실제 느낌에 가까이 갈 수 있는 풍경화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풍경과 마주했을 때의 그 느낌 그대로의 그림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최성원 회화의 최근 화두다.
전준엽 화가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