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일요신문]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과거 30여년간 민주화 운동 한 길만 걸어온 장 원장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장 원장은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10년 가까이 감옥에 있었고, 12년 넘게 수배생활을 하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에도 장 원장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기성정당들로부터 수많은 영입제안을 받았지만 민중의 정치 세력화를 주장하며 스스로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이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했고 자천타천으로 민주화 세력 중 마지막 재야(공직에 나아가지 아니하고 민간에 있음) 인사라는 웃지 못 할 타이틀도 얻었다. 다음은 장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자동화로 인한 대량실업과 소득양극화로 해고불안, 양육불안, 노후불안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대 사회에 맞는 새로운 이념과 정책이 필요하지만 기존 정치권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 현재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 되면 이 엄중한 상황과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나. 그래서 출마하게 됐다. 국민들이 자아실현의 보람과 기쁨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 ‘불안 없는 나라, 살맛나는 국민’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다.”
- 대표 공약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모든 국민이 의식주와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문제로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보장제도를 완벽하게 확립하겠다. 근로자의 연장근로를 금지하고 법정최저임금 이상의 공공근로 일자리를 300만 개 이상 공급하겠다. 또 정치개혁을 위해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직자의 월급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 평균소득인 550만 원으로 제한하겠다.”
- 원장을 맡고 있는 신문명정책연구원은 어떤 단체인가.
“현재 대한민국이 대량실업, 소득양극화 등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신문명, 즉 정보문명시대에 부응할 이념과 정책을 강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부응할 이념과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소다.”
- 지난 1989년 민중의 정치 세력화를 주장하면서 민중당 건설을 주도한 이후 ‘새시대개혁당’ ‘푸른정치연합’ ‘녹색사민당’ ‘새정치연대’ 등을 만들어 정치권 진입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기성 정당에 참여하는 쉬운 방법도 있었을 텐데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각 정당들로부터 영입제안을 정말 많이 받았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장관직도 제안 받았었다. 하지만 기성 정당에 들어가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고 안 따라가면 왕따 되는 것 아닌가. 기성 정당에 들어가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국민이 참된 의미의 복지와 자유를 누리는 인간해방의 정치를 완성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다. 지금까지 꿈꿔온 정치를 하기 위해 온갖 고난에도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 향후 창당 계획도 없는지. 대선은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는 것인가.
“창당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번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된다. 지금 신생정당들이 난립하고 있다. 어차피 이번 대선은 당 대 당의 선거가 아니고 후보 대 후보의 선거가 될 것이다.”
- 지난 2007년에도 대선출마를 선언했다가 중도 포기했다. 당시 기탁금 마련이나 낮은 지지율 등의 현실적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때와 다른 점은.
“그때와는 굉장히 다르다. 당시에는 이미 특정후보의 대세론이 굳어져 있어서 제3의 후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전 양상이다. 나 같은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무조건 완주하겠다.”
- 현실적으로 인지도나 지지도가 너무 낮은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반전카드가 있나.
“민주화 성지인 광주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한다. 광주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키겠다. 제가 광주에서 5~10% 정도의 지지율만 얻어낸다면 큰 이슈가 돼서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기 시작할 것이다. 문재인 대세론이라고 하는데 광주 현지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호남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나 크다. 반면 나는 광주에서 시민들을 만나면서 큰 환대를 받았다. 곧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 문재인 대세론이 위험하다는 주장인가.
“현재 여론조사는 응답자의 비율이 10% 미만이고 야권후보 지지자들만 답변하는 경향이 있다. 노무현 정권이 실패로 끝난 후 문 전 대표 등 친노는 폐족을 자처하면서 정계에서 은퇴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 자살에 대한 국민의 동정심에 기대 다시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정치 경험이나 국정 운영 경험이 없다. 약점일 수도 있는데.
“현재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에서 제가 제일 국정 운영 연습을 많이 해본 사람이다. 직접 국정 운영에 참여해보지는 못했지만 ‘대통령이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하면 안된다’ 등 가장 많은 의견을 제시해온 사람이 나다. 다른 후보들은 시장이나 도지사, 국회의원 등의 경력이 있지만 대통령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차피 도지사와 대통령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 기존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통령이 되려면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도 내놔야 한다. 기존 후보들은 제대로 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나는 그런 비전과 정책을 모두 완성한 후보다. 또 대통령이 되려면 도덕성이 중요하다. 일부에선 도덕성보다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 도덕성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능력이 있겠나. 그 능력이라는 것도 국가 돈 빼먹는 능력이지 국민을 위해 쓸 수 있는 능력이 아닐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저만큼 정직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