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일요신문 DB
2월 8일 민주당 관계자는 “탄핵안 통과 이후 민심의 흐름이 변했다. 탄핵 민심이 국회로 모인 뒤 국민들이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 대통령을 공공의 적으로 설정했다. 탄핵을 가장 먼저 외치며 시원한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탄핵 가결로 박 대통령이 위기에 빠지니까 오히려 이 시장이 던진 메시지가 힘을 잃었다. 아이러니하지만 빈속에 사이다만 들이킨 꼴”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촛불민심은 정점을 찍었다. 이 탄핵 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이 시장이었다. 그는 “재벌체제 해체로 경제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재용을 위한 나라다” 등의 사이다 발언으로 촛불민심을 주도했다.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의 12월 1주차 주중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 시장(16.6%)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23.5%)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18.2%)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 시장이 촛불 바람을 등에 업고 야권의 BIG2로 자리잡은 순간이었다(이번 주중집계는 2016년 12월 5일~7일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1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였다).
‘격세지감’이다. 두 달이 흐른 지금 이 시장 지지율은 한풀 꺾였다. 리얼미터 2월 1주차 주간 동향 조사(여야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이 시장(8.6%)은 5위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31.2%)가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13.0%)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12.4%)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 시장은 안 지사에게 야권의 BIG2 자리를 내줬다(이번 주간집계는 2017년 2월 1일~3일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였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참고).
이 시장의 하락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이다 발언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 시장은 재벌 해체 등 섣불리 얘기할 수 없는 담론을 시원하게 꺼내 극성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재벌 해체나 기본 소득 공약은 어느 지도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기 때문에 자칫 포퓰리스트로 오인받을 수도 있다. 탄핵 정국 초기에 비해 국민들이 포퓰리즘 논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점진적으로 이 시장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결국 사이다 거품이 빠지면서 김이 새버린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시장 측이 비문 의원들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민주당의 한 비서는 “대권 경선에서 금배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천양지차다. 금배지들은 눈치가 100단이다. 비문 의원들이 안 되는 집에 판돈을 걸 리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시장 측에 합류한 의원은 3명에 불과하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3선)이 캠프를 총괄하고 제윤경·김영진(초선) 의원이 이 시장을 돕고 있다. 송영길(4선) 이춘석(3선) 박범계(재선) 김해영(초선) 손혜원(초선) 등 다수의 의원이 포진된 문 전 대표 측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이 시장 측 관계자는 “어차피 우리는 정치 세력을 규합하는 전략으로 대선을 준비를 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원내 세력이 경선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세력을 모아 정권교체를 한다고 해도 변화를 일으키기는 힘들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힘이다”라고 밝혔다.
안 지사의 상승세도 이 시장 측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의 리얼미터 2월 1주차 주간 동향에서 안 지사(13.0%)는 이 시장을 제치고 야권 잠룡 중 2위를 기록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시장이 안 지사의 우클릭 전략에 허를 찔렸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민주당 지지층 투표에선 문 전 대표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다. 안 지사나 이 시장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를 이겨야 한다. 안 지사가 틈새를 잘 파고들었다. 안 지사는 이미 결집한 진보 지지층보다 중도층 블루오션을 공략하고 있다. 우클릭 전략이 먹히면서 안 지사가 이 시장을 따라잡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시장 측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월 3일 이 시장은 부산시의회에서 “경선에서 승리할 것이기 때문에 중도하차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결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직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변화를 위한 정책 비전을 보여줄 기회를 갖지 못했다. 경선에 참여할 적극적 지지층에 저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다. 후보 간 토론이나 진정한 경쟁이 본격화되면 추세가 바뀔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시장 측은 역전의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흔히 얘기하는 우클릭은 하지 않을 것이다. 주자들 간의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면 지지율은 언제든 다시 뛰어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