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신한은행장 내정자. 사진출처=신한카드 홈페이지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위 내정자 선임에 뒷말이 많은 이유는 그가 ‘신한 사태’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는 서울중앙지검에 위 내정자를 위증 및 위증 교사죄로 고발했다. 위 내정자의 행장 선임에도 반대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위 내정자는 신한 사태 당시 신한금융지주회사 부사장으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 함께 사태의 핵심인물”이라며 “자신의 입신을 위해 법원에서 위증과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자는 중요한 금융기관인 은행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6일에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한은행지부(신한은행노조·위원장 유주선)가 성명을 통해 “그동안 노조는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 뛰어난 경영능력 못지않게 리더십과 성품을 갖춘 인물을 중용할 것을 일관되게 요구했다”며 “더 이상 신한 사태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도록 현명한 결정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위 내정자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신한 사태와 관련한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금융정의연대는 한 회장이 라 전 회장 측근들을 밀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 내정자는 신한 사태 당시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경영권을 두고 경쟁할 때 라 전 회장을 적극 지지했다. 한 회장이 라 전 회장의 라인을 지지한다는 주장은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차기 신한카드 사장으로 거론되면서 힘을 얻는다. 김 부사장 역시 신한 사태 때 라 전 회장 편에 섰던 인물이다.
비록 한 회장이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위 내정자와 김 부사장 등 라 전 회장의 측근들은 여전히 신한금융 내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라 전 회장 측은 불법행위 모의 및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일부분 사실로 드러났지만 라 전 회장, 이 전 행장 등 핵심 관련자들은 법의 심판을 피해갔다”며 “위 내정자는 라 전 회장의 절대적인 지원과 한 회장의 도움으로 신한카드 사장의 지위에 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회장이 라 전 회장의 인물들을 지지한다는 의혹 중심에는 재일교포 신한금융 주주들이 있다. 예전보다 세력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숫자의 재일교포 주주들이 라 전 회장 쪽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위 내정자는 신한 사태 때 라 전 회장과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교포 주주들을 만나 친분을 쌓은 인물이다. 실적도 좋은 위 내정자를 홀대하면 한 회장으로서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 인사는 사외이사들이 성과 등을 평가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경위는 한 회장과 박철·이만우 사외이사, 재일교포인 고부인·이흔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 회장과 재일교포 사외이사 2명이 찬성하면 과반이 된다. 특히 고부인 사외이사는 라 전 회장과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본사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위 내정자는 지난 1월 19일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회의에서 회장 후보 사퇴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조용병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위 내정자보다 한 살 많고 입사연도도 1년 빠르다. 지난 2년간 신한은행을 이끌어온 조 내정자는 성적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신한은행의 2016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 582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조 4223억 원) 대비 11.3% 올랐다. 위 내정자가 경력에서 앞서고 실적도 나쁘지 않은 조 내정자를 제치고 차기 회장에 선임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위 내정자가 회장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이유는 ‘순리’가 강조되는 신한금융 내에서 조 내정자를 제치고 회장이 되기보다 신한금융의 2인자인 행장자리를 약속받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위 내정자도 스스로 회장 후보 사퇴를 알리며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차기 회장을 돕겠다는 말은 차기 행장 자리를 원한다는 의미”라며 “한 회장과 위 내정자 간 약속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앞의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정의연대가 위 내정자를 고발했다고 해서 인사 일정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고발 건은 검찰과 법원에서 결정할 일이며 고발당했다는 이유로 행장이 될 수 없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결국 위 내정자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한금융 내 파벌 타파에 힘쓰는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노조 관계자는 “아직 노조에서 위 내정자 선임과 관련한 단체 행동 등의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며 “위 내정자가 신한금융 내 파벌을 타파하고 신한 사태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노조가 그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