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 ‘가디(포켓몬 일종)’가 출몰했다. 독자 제공 사진.
‘포켓몬 고’는 1996년부터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바일 게임이다. 증강현실과 위치기반서비스를 토대로 한다. 구글 맵을 바탕으로 이동하는 포켓몬을 잡고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포켓몬 고 사용자들 최대 관심사는 ‘포켓스톱’ 위치다. 포켓스톱은 포켓몬 포획에 필요한 ‘포켓볼’과 게임 진행을 위한 아이템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이다. 포켓스톱에선 5분마다 무료로 아이템을 제공하는데 아이템을 받기 위해선 포켓스톱의 일정 거리 이내에 사용자가 머물러야 한다. 게다가 포켓스톱 주변엔 포켓몬도 일정하게 출몰한다.
포켓스톱에서 무료 아이템을 받지 못하면 아이템을 구매해야 한다. 포켓스톱에선 무료로 얻을 수 있는 포켓볼 1개의 가격은 55원이다. 보통 포켓스톱은 유동 인구가 많은 시내 중심가에 집중돼 있다. 게임에서도 포켓스톱은 “기념비나 랜드마크 등에 있다”고 설명한다.
포켓몬을 이용해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체육관’도 사용자들에겐 흥밋거리다. 체육관은 다른 게임 사용자의 포켓몬과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곳이다. 또 체육관에선 유료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포켓 코인’을 얻을 수 있다. 한 게임 사용자는 “체육관에서 전투를 하면 경험치를 준다. 경험치가 쌓이면 포켓몬이 진화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가 ‘포세권(포켓스톱+역세권)’으로 떠올랐다. 본청에서 근무하는 한 보좌진은 “본청이 포켓몬 고 명당이다. 포켓스톱이 2개나 있다”고 말했다. 의원회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 또한 “도서관과 헌정기념관에도 포켓스톱이 있다. 즐겨 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본청은 포켓스톱과 별개로 포켓몬이 많이 출몰해 국회 안에서도 성지로 꼽힌다. 앞서의 보좌진은 “본청엔 포켓몬이 많이 출몰한다. 사무실에 앉아서 잡을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의원회관엔 포켓스톱은 없지만 체육관이 있다. 의원회관에서 일하는 보좌진은 “의원회관 1층에 체육관이 있다. 대결에서 승리하면 체육관 관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데 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한 직원 역시 “의원회관은 다른 곳으로 갈 필요가 없고 1층 근처에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진은 “의원회관엔 포켓스톱이 없어서 희귀한 포켓몬은 잡히지 않고 모다피, 크랩, 구구, 발챙이 같은 포켓몬만 잡힌다”고 했다.
국회 직원들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도 종종 눈에 띄었다. 실제 국회에서 만난 한 외부 방문객은 “친구가 국회에서 근무하는데 국회가 포켓몬 고 성지라는 말을 들었다. 국회도 구경할 겸 오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 주변을 서성이던 또 다른 외부 방문객은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포수저(포켓스톱+금수저)’아닌가”라고 웃으며 말했다.
보좌진들은 앞다퉈 포켓몬 고에 얽힌 일화(?)를 들려줬다. 한 의원실 비서는 “보좌진들이 포켓몬을 잡기 위해 의원님 집무실에도 서슴없이 들어간다. 나 또한 의원님 집무실에서 파오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서도 “의원님 의자 위에 포켓몬이 앉아 있어서 보좌진들은 의원님 나가기만 기다렸다”고 털어놨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지나가다 보면 다들 휴대폰으로 포켓몬 고만 하고 있더라. 특히 점심시간에 밖에서 포켓몬 잡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고 말했다.
앞서의 의원실 비서는 “단체 메신저 방에서 포켓몬 고 얘기뿐이다. 어떤 의원실은 점심 먹고 단체로 포켓몬 잡으러 돌아다닌다고 했다. 원래 산책 안 하는 방인데 포켓몬 잡기 위해 산책을 한다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해맑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어제 밥 먹고 들어가는데 분수대 근처에서 ‘어니부기(포켓몬의 일종)’ 잡았어요.”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