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의 대기업 창업주 가운데 14명이 평균수명보다 더 오래산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현 기자.
그렇다면 국내에서 가장 부유한 집단으로 꼽히는 재벌 총수들의 평균 수명은 어떨까.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창업주가 사망한 나이, 사망한 당해 연도의 기대수명을 비교했다. 통계청의 ‘2008년 생명표’와 ‘2014년 생명표’를 각각 참고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16명의 창업주 가운데 평균 기대여명에 못 미친 창업주는 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창업주는 모두 평균 기대여명보다 오래 살거나 살았을 걸로 조사됐다. 여기서 평균 기대여명은 ‘0세의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2016년 남성 기대여명이 80세라면 2016년 태어난 신생아는 평균 80년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1990년 77살의 나이에 타계했다. 1990년 당시 기대여명은 67세였다.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2001년 85살의 나이에 타계했다. 2001년 기준 기대여명은 72세였다. 구인회 LG 창업주는 1969년 62살의 나이에 타계했다. 1970년 기대여명은 58세였다. 1970년 이전 통계는 없었다. 결국 재벌의 시초 격인 세 창업주 모두 신생아의 평균 기대여명보다 4~13세를 오래 산 셈이다.
허만정 GS 창업주와 박승직 두산 창업주는 각각 1950년대 사망해 정확한 기대수명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 허 창업주는 55살로 당시 기대여명보다 조금 더 오래 살았을 것으로 보이고, 박 창업주는 86세로 당시 기준 상당히 장수했다.
또 대부분 창업주는 80세 이상 산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타계한 조중훈 한진 창업주는 82살, 1984년 타계한 박인천 금호 창업주는 83살을 살았다. 창업주는 아니지만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도 84살을 살았다. 이밖에 90살 이상 장수한 창업주로는 구태회 LS 창업주(93세), 이회림 OCI 창업주(90세), 장병희 영풍 창업주(93세), 이동찬 코오롱 창업주(92세) 등이 꼽혔다. 이재준 대림 창업주(78세)와 조홍제 효성 창업주(78세)도 당시 기대여명보다 9~11세를 더 살았다. 1922년생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진행 중인 재판 관련 법정에 출석하는 등 양호한 신체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최종현 SK 창업주(68세)와 김종희 한화 창업주(59세)는 각각 당시 기대여명보다 2~3살을 적게 살았다. 이들 외에 남은 창업주는 모두 기대여명을 웃돌았다. 이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더 오래 산다는 의료계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박근혜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야, 너네 부모를 원망해”란 글로 파장을 일으켰다. 이제 오래 살고 싶다면 돈 많은 부모를 만나야 할지 모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