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테스트 입상자는 국민적 미소녀로 ‘추앙’받기 때문에 대회를 향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무척 뜨거운 편이다. 2014년 제14회 대회까지 일본 국내 공모전 응모자 수 1위. 평균 응모자 수만 10만 7069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올해 열리는 제15회 대회 역시 입상자들에게 영화·드라마 출연, 가수 데뷔의 기회가 주어지며, 스타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수의 인기 스타를 배출한 일본 국민 미소녀 콘테스트. 평균 응모자 수가 무려 10만 명에 이른다. 공식 홈페이지 캡처.
매회 수많은 응모자가 몰리는 ‘일본 국민 미소녀 콘테스트’. 그러나 10만 명에 가까운 응모자 중에서 본선에 진출하는 이는 불과 21명이다. 서류심사, 면접심사 등 치열한 예선을 통과한 21명은 사실상 누가 우승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최종심사 기준은 무엇일까.
참고로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응모 자격은 12세에서 20세 이하 여성으로, 미성년자의 경우 친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일본의 대형 연예기획사 ‘오스카프로덕션’이 공개한 선발 요건은 크게 5가지다.
80년대 일본 잡지를 장식한 고토 구미코. 미소녀 콘테스트는 구미코를 이미지 캐릭터 삼아 개최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미소녀 콘테스트 우승자의 결정적 요인이 일본 경제지 <동양경제 온라인>을 통해 얼마 전 밝혀진 바 있다. 흔히 상세 조건을 나열하더라도 결국 심사위원의 재량에 따라 미인대회 우승자가 결정되곤 하는데, 미소녀 콘테스트는 조금 특별한 과정을 거친다. 흥미롭게도 관건은 바로 ‘부모’였다.
오스카프로덕션의 스즈키 세이지 부사장은 “굳이 말한다면…”이라는 단서와 함께 “입상하는 소녀와 그렇지 않은 소녀의 결정적 차이가 이들의 부모에게 있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미소녀 콘테스트 출전자들은 대부분 10대의 어린 소녀들이다. 그래서 심사하는 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그들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라고 한다.
스즈키 부사장은 “10대 초반의 소녀들이 장래 어떤 여성으로 변모할지 판단하는 가장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은 부모의 스타일과 행동을 체크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부모가 뚱뚱한 체형이라면 그 가정의 생활리듬과 식탁 모습을 상상할 수 있고,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매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외모는 유전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구체적으로는 결승전 당일, 역에서 회장까지 가는 길에 사무소 직원을 배치. 부모를 관찰함으로써 아버지 쪽을 닮았는지 어머니 쪽을 닮았는지 등을 확인하고, 몇 년 후 모습을 이미지화한다. 더욱이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가 콘테스트 회장에 오면 거기까지 체크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순전히 ‘유전’만으로 그랑프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당일 퍼포먼스나 트렌드, 또 설명하기 힘든 직관에 의한 판단 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살펴 우승자를 결정한다. 스즈키 부사장은 “향후 우승자와 입상자들이 연예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꼭 우승자가 더 크게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라는 얘기였다.
미소녀 콘테스트 출신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여배우인 요네쿠라 료코, 우에토 아야, 다케이 에미(왼쪽부터). 사진출처=오스카프로덕션 홈페이지
실제로 미소녀 콘테스트 출신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여배우 요네쿠라 료코, 우에토 아야, 다케이 에미 등 3명은 모두 우승자가 아니다. 1992년 제6회 대회에 참가한 요네쿠라 료코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당시 그랑프리는 사토 아이코가 차지했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도저히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이때부터 심사위원 특별상이 생겨났다고 한다.
2006년 제11회 대회에 출전한 다케이 에미도 그랑프리가 아닌, 모델부문·멀티미디어 상을 수상했다. “대회에 참가했을 때 다케이가 불과 12세인 데다가, 도쿄에서 300km나 떨어진 나고야에서 살고 있었던 탓에 당장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마이너스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다케이는 “응모 당시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였기에 설마 이것으로 인생이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이력서 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어서 부잣집 이웃의 현관을 빌려 마치 거기서 살고 있는 것처럼 찍었다. 대단히 허세가 있는 아이였다(웃음)”며 뒷이야기를 고백하기도 했다.
일본의 톱스타 우에토 아야도 다케이 에미와 마찬가지로 미소녀 콘테스트 출전 당시 초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가 불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오스카 사장이 “일본 연예계를 바꿀 만한 얼굴이라고 높이 평가해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우연인지 몰라도 이 세 명은 모두 아버지를 쏙 빼닮았으며, 매우 멋진 아버지들이었다”고 스즈키 부사장은 기억했다. “수많은 소녀들 속에서도 도드라졌던 미소녀들의 공통점은 부전여전이었다”는 것이다.
3년 만에 개최되는 제15회 ‘일본 국민 미소녀 콘테스트’는 오는 8월 8일 도쿄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그랑프리 우승자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함께 오스카프로덕션 소속 탤런트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올해는 동사 제작의 ‘30주년 기념영화 주연’이라는 특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스타가 탄생할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일본의 원조 미소녀 고토 구미코…국내엔 영화 <시티 헌터>로 얼굴 알려 고토 구미코의 CF 화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