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은 태양광 사업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요신문DB
태양광 사업은 국가별 에너지 정책, 유가 등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표적인 글로벌 신성장 산업 중 하나지만 글로벌 금융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고, 정부 보조금과 같은 산업 육성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태양광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유가하락으로 2011~2015년 장기 불황기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LG실트론은 태양광 웨이퍼 사업을 접었고 삼성은 신수종 사업으로 태양광을 선정했다가 철회했다.
그렇지만 한화그룹은 태양광산업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늘려왔다. 국내 태양광 사업의 대표주자는 한화큐셀이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김승연 회장의 강한 의지로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현재 한화큐셀은 사실상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이끌고 있다.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에 차장으로 입사한 김동관 전무는 2011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을 맡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김동관 전무와 충북 진천 산수산업단지 내 한화큐셀의 태양광 셀 공장에 직접 방문할 정도로 태양광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2일 열린 시무식 신년사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언급했다.
한화큐셀은 셀, 모듈 등 태양광과 관련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시적 설비투자도 이어졌다. 2015년에는 충북 음성군에 연 1.5GW 규모 태양광 모듈 생산시설을, 진천군에는 모듈에 들어갈 셀을 연간 1.4GW 만들 수 있는 공장 시설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한화큐셀과 태양광산업의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룹 차원의 대대적 자금 지원으로 부채 부담도 상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큐셀은 급할 때마다 한화케미칼로부터 지급보증 등 실탄지원을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빅2인 미국과 중국의 태양광 설치 의지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2020년 태양광 설치량 목표를 기존 150GW에서 110GW로 감축했다. 미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삭감, 화석연료 사용 확대 등을 제시한 탓에 향후 정책 변화가 태양광 산업에 유리하지 않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1월 17일 발표한 ‘태양광 16년의 데자뷰’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의 보조금 축소가 적용되는 오는 6월 이전에 단기적으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설치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국가별 에너지 정책에 따라 상반기 태양광 수요가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에도 상반기 업황이 호전되다 하반기에 악화됐는데 올해도 비슷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은 급할 때마다 한화케미칼로부터 지급보증 등 실탄지원을 받아왔다.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한화큐셀은 2015년 3분기 부채비율이 840%까지 치솟았지만, 2016년 3분기에는 부채비율이 413%로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월 20일 발표한 ‘태양광, 업황 부진의 장기화 가능성’이라는 리포트에서 “한화큐셀이 영업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창출된 현금을 지속적으로 용량 확대 투자에 사용하며 차입금을 갚는 등의 뚜렷한 재무구조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사업 대규모 투자로 신용도가 불안한 회사로 지목받는 등 재무구조 개선의 압력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한화케미칼은 지난 1월 13일 한화큐셀이 넥스트에라와 모듈 공급 재계약을 하며 발생할 선수금 지급에 대해 2813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지난해 3분기 한화큐셀에 대한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채무보증총액은 1조 1300억 원 수준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20~30년 후를 보고 태양광 사업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한화가 태양광 사업에 그룹 차원의 지원을 하는 것은 단순히 수익성이나 사업다각화를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김동관 전무의 ‘경영실적’을 쌓아주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이 이뤄진다는 풀이가 적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김동관 전무가 장남이기 때문에 김 회장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의 한화큐셀 관계자는 “밖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태양광산업이 그리 비관적이지는 않다”며 “장기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단기 수익성에 연연하지는 않는다”고 자신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