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이 야외 광장에 상가 임대사업을 추진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모습. 연합뉴스
영화의 전당은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건물의 명칭인 동시에 이 건물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재단의 이름이다. 재단은 영화의 전당이 건설된 후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해 향후 보다 효율적으로 건물을 관리·운영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런 영화의 전당이 최근 수익사업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본업인 영화에 대한 영역을 넓히는 게 아니라 이와 상관없는 사업을 별도로 진행키로 했다. ‘야외 공간 활성화사업’으로 명명된 해당 프로젝트의 핵심은 바로 상가 임대사업이다.
영화의 전당 측은 사업의 개요를 밝히면서 야외광장을 3개 구역으로 나눠 각종 문화행사를 유치하고 패션과 음식점 등을 두겠다고 했다. 특히 겉모습은 컨테이너 가건물을 이용한 것으로 유명한 서울의 커먼그라운드를 응용하고 홍대 앞이나 가로수길에 분포한 것과 같은 독특한 상점들을 끌어오겠다는 계획을 나타냈다.
영화의 전당이 이처럼 사업이 펼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업성이 불투명한 데다 컨테이너 가건물에 대한 안전성도 의문이고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사업자에게 끌려 다닐 가능성까지 있다는 비판 등이 제기됐다.
우선 1600억 원을 들여서 만든 건축물이 주위를 둘러싼 가건물로 인해 흉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부산의 랜드마크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건축물을 운영주체가 나서 스스로 상징성을 훼손하려 한다는 목소리였다.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의 근거는 명료했다. 영화의 전당과 이웃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이 똑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영화의 전당 측이 사업 구상을 얼마만큼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했는지를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컨테이너식 가건물의 안전성은 더욱 큰 문제점으로 인식됐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는 태풍 피해를 두 차례나 입은 적이 있다. 이로 인해 영화제 프로그램 일부가 차질을 빚었다. 따라서 영화제가 진행되는 건축물 주위에 가건물이 세워지는 것을 해운대구청이 허가할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허가를 내준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다른 무엇보다 해당 사업에 불법·편법까지 동원된 사실이 확인됐다. 당초 해당사업은 유명회사인 A 사와 영세업체 B 사가 출자비율 9 대 1로 공동 협정서를 체결해 공모를 따냈다. 하지만 등기사항을 확인해보니 출자비율 90%인 유명 회사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영세업체가 만든 신규업체가 최종계약서를 작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사업을 따내기 위해 유명업체가 명의만 빌려준 게 드러난 것이다.
문제점은 비단 여기에서 그치질 않았다. 민간투자 사업의 경우 부산시 심의위원회와 시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마저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일자 부산시의회는 영화의 전당을 찾아 긴급 점검을 시행했다.
언론과 지역정치권 등이 나서 비판을 제기하자 영화의 전당은 해당사업을 수정·보완할 뜻을 밝혔다. 영화의 전당 강신윤 사무처장은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민간사업자와 해당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협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특히 자연재해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튼튼한 건물을 짓기 위한 쪽에다 중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표명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만 재차 확인해준 셈이기 때문이다. 많은 비판 가운데 안전성에 대한 우려만 일부 상쇄하고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영화의 전당 측의 의사가 전해지자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새날’ 장석수 부산울산 상임대표는 “해당 사업은 당초 시도자체가 잘못됐다. 영화의 전당은 설립의 가장 주된 목적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중심으로 한 영화콘텐츠의 활성화”라면서 “이제라도 사업성이 불분명한 계획을 철회하고 당초 재단 설립 취지에 맞게 ‘영화’라는 키워드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산발전연구원 김동기 사무국장은 “개탄스럽다. 영화의 전당이 스스로 나서 영화의 도시 부산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려고 든다”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분노를 안겨주는 작태를 즉각 중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