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벗은 남녀가 서로의 젖꼭지를 만지고 있는 장면의 다소 충격적인 녹색당 광고. | ||
오는 9월22일 15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 정당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외쳐대는 소리다. 정치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젊은층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나 독일이나 매 한가지인 모양. 날이 갈수록 등을 돌리고 있는 젊은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최근에는 ‘수위를 넘는’ 아슬아슬한 선거전마저 펼치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독일의 화끈하고 야릇한 선거 마당을 살짝 들춰 보았다. 뽀얀 피부를 드러낸 나체의 모습으로 “투표하세요”라고 속삭이는 여인의 모습에서부터 ‘삽입’ ‘클라이맥스’ 등 성적 의미를 암시하는 도발적인 선거 문구까지 지금 독일의 선거전은 마치 ‘포르노 시장’을 방불케 한다.
지금까지 14번의 총선을 치러왔지만 이번 선거처럼 자유분방하고 과격했던 경우는 처음이다. 하지만 아무리 ‘성’에 대해 개방적인 독일인들이라고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너무 지나치다’는 평이 일반적인 것이 사실.
독일 정당들이 비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모험을 감행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내놓은 저마다의 고육지책인 것이다. 신세대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뭔가 획기적이고 이색적인 톡톡 튀는 발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각 정당들은 앞다퉈 이례적인 선거 운동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집권사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의 경우에는 각각 레즈비언 한 쌍과 호모 한 쌍이 벌거벗은 채 서로의 유두를 만지고 있는 충격적인 포스터를 내걸었다. “레즈비언, 게이, 이성애자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를 드립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독일 젊은이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동성애 문제를 공략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포스터를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 도발적인 표정의 여인을 등장시킨 자민당 광고. | ||
헤센주의 쾨니히슈타인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학생들의 등교길에 버젓이 걸려 있던 이 포스터는 시민 단체의 거센 항의에 부딪쳐 결국 철거되고 말았다. 독일 곳곳에서 점차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녹색당은 뒤늦게 여성 모델의 가슴 부분에 마분지로 비키니를 만들어 붙이는 등 사태를 수습하기에 바빴다.
여당인 사민당도 끈적끈적한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농염한 키스를 하고 있는 듯 한껏 오므린 새빨갛고 촉촉한 여성의 입술은 성적 자극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어디 그뿐인가. “이건 단지 전희에 불과하답니다. 곧 클라이맥스로 도달할 테니까요”라는 야릇한 문구는 자칫 ‘성인 광고’를 연상케 한다.
자민당도 이에 뒤질세라 야심차게 ‘도색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금발의 미녀가 한 손에는 투표 용지를 들고 새끼 손가락을 지그시 입술로 깨문 채 “삽입하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은 성적 상상력을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물론 선거 당일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으라’는 의미이지만 이 포스터가 다분히 섹스 어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