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는 트럼프를 향해 활짝 웃는 멜라니아(위). 트럼프가 앞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멜라니아의 표정이 급격이 굳어버렸다.
여기에 더해 취임식 직후 인터넷에서는 트럼프로서는 다소 불쾌할 수밖에 없는 영상 몇 편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먼저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멜라니아의 극적인 표정 변화가 고스란히 포착된 영상이었다.
문제의 장면은 이랬다. 앞에 나가서 취임 선서를 준비하고 있던 트럼프가 뒤를 돌아보자 멜라니아는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으면서 남편을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자 곧 놀라운 모습이 포착됐다. 방금 전만 해도 환하게 웃던 멜라니아의 표정이 즉시 굳어 버린 것이다. 음울한 표정으로 눈을 흘기는 듯 보였던 멜라니아는 입으로는 뭐라고 중얼거리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트럼프 부부의 어색한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취임식 오찬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란히 앉아있었던 둘은 어딘가 심기가 불편해 보였고, 마치 화가 난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곧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멜라니아는 왜 순식간에 표정이 변했을까? 트럼프는 대체 멜라니아에게 뭐라고 했던 걸까?
이에 몇몇 트위터 사용자들이 그럴 듯한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멜라니아의 표정이 차갑게 변한 이유가 바로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방카는 멜라니아 뒤에 서있었는데, 트럼프가 뒤를 돌아보고 웃으면서 말을 건넨 것이 사실은 멜라니아가 아니라 딸인 이방카였다는 것이다. 실제 영상 속 이방카의 얼굴을 보면 이런 추측이 납득이 간다. 이방카는 트럼프가 뒤를 돌아보자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으며, 심지어 눈을 마주치는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뜯어본 누리꾼들은 자신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남편의 태도에 무시를 당한 멜라니아가 표정이 굳어져 버린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백악관에서 오바마 부부를 만날 때도 트럼프는 멜라니아가 마치 투명인간인 양 신경을 쓰지 않았다.
멜라니아를 무시하는 듯한 트럼프의 태도는 또 있었다. 같은 날 백악관에서 오바마 부부를 만날 때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백악관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린 트럼프는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서는 오바마 부부에게 인사를 청했다. 하지만 문제는 뒤에 남겨진 멜라니아였다. 멜라니아는 앞서 걸어가는 남편을 쳐다보면서 뒤따라가야 했고,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멜라니아가 애처로워 보였다고 말했다. 심지어 백악관 안으로 들어갈 때에도 트럼프는 마치 멜라니아가 투명인간인 양 신경도 쓰지 않았으며, 이런 멜라니아를 챙긴 것은 오히려 오바마 부부였다.
트럼프의 이런 모습은 8년 전 오바마의 매너와 비교되면서 더욱 더 뭇매를 맞았다. 당시 오바마는 먼저 차에서 내린 후 뒤따라 내린 미셸을 기다려주었고, 계단을 올라갈 때도 에스코트를 하는 신사다운 모습을 보였었다.
이와 관련, 보디 랭귀지 전문가들 역시 우려를 나타냈다. 취임식 당시 트럼프의 매너를 지켜본 보디 랭귀지 전문가인 패티 우드는 “트럼프가 아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가 이기적인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다”라고 결론내렸다. 또한 우드는 “트럼프의 행동은 아내에 대한 배려나 존경심,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라고 말하면서 “이에 반해 오바마 부부의 관계는 주목할 만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따뜻함이 온몸에서 배어나왔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늘 아내를 배려하는 자상한 모습을 보인 반면, 트럼프는 거만하고 이기적인 모습이었다고 우드는 말했다.
이와 관련, 과거 트럼프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멜라니아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5년 하워드 스턴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트럼프는 당시 임신 중이던 멜라니아를 가리켜 ‘괴물’이라고 부르거나 혹은 ‘뚱보’라고 지칭하기도 했었다.
사정이 이러니 트럼프 부부의 냉랭한 모습을 지켜본 미국인들이 뜬금 없이 멜라니아를 걱정하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닌 셈. 더욱이 그동안 공공연하게 여성 비하 및 여성 혐오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트럼프이기에 멜라니아가 혹시 트럼프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폭군과 결혼한 멜라니아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며, 남편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있다 것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남편한테 무시당하는 멜라니아에 대한 동정론이 퍼지고 있다.
이와 관련, 누리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멜라니아에 대한 동정론은 해시태그(#SaveMelania, #FreeMelania)를 통해 확산되고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반트럼프 시위인 ‘여성들의 행진’에 최근 등장한 구호 가운데는 ‘멜라니아, 도움이 필요하면 눈을 두 번 깜박여요!’란 것도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그동안 멜라니아는 영부인 후보로서는 드물게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았으며, 늘 그늘에 숨어 있는 듯 보였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멜라니아의 지지율은 37%에 불과했으며, 이는 재임 초기의 역대 영부인들의 지지율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미국인들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멜라니아가 누구인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사실 멜라니아의 영부인 역할이 기존의 영부인들과는 상이할 것이라는 예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대신 일찌감치 이방카가 실질적인 영부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었다. 이런 조짐은 선거 운동 때부터 이미 나타났었다. 선거 운동 당시 트럼프 곁에서 사실상 영부인 역할을 한 것은 멜라니아가 아닌 이방카였기 때문이다. 성추문 등 트럼프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팔을 걷고 나선 것 역시 이방카였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인수위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고위인사들을 접견하는 자리에는 늘 이방카가 배석했으며, 이런 모습은 영락 없는 백악관의 안주인 모습이었다. 가령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도, 페이스북과 애플 등의 임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만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 것도 이방카였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한편으로는 멜라니아가 몰래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소문은 멜라니아가 트럼프와 함께 백악관으로 이사하길 거부하자 더욱 퍼지기 시작했다. 멜라니아는 아들 배넌(10)의 학교 문제를 핑계삼아(?) 뉴욕에 남았으며, 당분간 워싱턴과 뉴욕을 오가는 생활을 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멜라니아는 “지금 나에게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아들이다. 아들이 갑작스런 환경 변화를 겪지 않도록 배려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멜라니아가 뉴욕에 남은 진짜 이유가 사실은 부부 간의 불화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폭군과도 같은 트럼프를 견디지 못하고 있는 멜라니아가 이미 트럼프에게서 마음이 떠났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적극적으로 멜라니아에게 이혼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가 과거 러시아 매춘부들과 섹스 파티를 벌인 사실이 알려졌다는 점, 그리고 상습적으로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들면서 ‘트럼프를 떠나라!’고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기적인 트럼프와 자상한 오바마? 취임식날 보인 트럼프 부부와 오바마 부부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그럼 혹시 멜라니아가 진짜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온라인 매체인 <인퀴지터>는 만일 그렇게 될 경우,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재임 중 이혼하게 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이미 두 번 이혼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백악관에서 이혼하는 경우로는 최초가 된다는 것이다.
재혼남으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트럼프 전에는 로널드 레이건이 유일했었다. 40대 대통령이었던 레이건은 첫 번째 부인이었던 제인 와이먼과 이혼한 후 1952년 낸시 레이건과 재혼했었다.
레이건이 출마할 당시만 해도 이혼 경력은 별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이혼은 대선 후보에게는 흠 가운데 하나였다. 가령 1958~1973년 뉴욕주 주지사를 지냈던 넬슨 록펠러는 1963년 해피 록펠러와 재혼했었다. 하지만 이 때문이었을까. 록펠러는 1964년 야심차게 출마했던 공화당 경선에서 쓴 잔을 마셔야 했다.
이유야 어떻든 이렇게 멜라니아가 ‘장거리 영부인’을 택함으로써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영부인의 역할에도 변화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령 수십 년 동안 전통 행사로 자리잡았던 영부인이 주최하는 백악관 투어도 진행이 불투명한 상태며, 연례 행사인 ‘이스터 에그 롤(백악관 잔디에서 열리는 부활절 행사로, 매년 3만 5000여 명이 참가)’도 열리지 않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소문에 대해 멜라니아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상태. 멜라니아가 이혼을 하긴커녕 전통적인 영부인 역할을 계속해서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단지 서둘지 않을 뿐 천천히 백악관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는 백악관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선정했는가 하면, 곧 사교활동 담당 비서, 최고 고문 등 보좌관도 선정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멜라니아에 대한 이런 동정론이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멜라니아도 트럼프와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동정받을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멜라니아는 결코 수동적인 희생양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해왔던 여성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와 줄곧 한 팀이었다는 것이다.
2001년 <조이 베하 쇼>에 출연했을 때도 멜라니아는 당시 트럼프가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있던 ‘오바마 출생지 음모론(오바마는 케냐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사실 미국인이 아니며, 하와이 출생증명서는 가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으로 남편의 편을 들었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0월 성희롱 발언이 담긴 트럼프의 녹취록이 폭로됐을 때에도 CNN에 출연해서 “남자들끼리 하는 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오히려 좌파 성향의 언론이 꾸민 음모라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트럼프를 가리켜 “남편은 여성을 존중하는 사람이다”라고 두둔하기도 했었다.
이에 멜라니아는 희생자도 아니요, 힘 없는 여성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멜라니아는 트럼프의 적극적인 동조자다. 트럼프의 인종차별주의와 여성 혐오증을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멜라니아는 동정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멜라니아를 해방하자’는 운동이 단순히 멜라니아 한 명을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해방을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뉴욕매거진>은 ‘멜라니아를 해방하자’고 떠드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실 멜라니아를 위해서 외치는 것이 아니라 멜라니아가 당했을지 모르는 학대와 모욕감을 스스로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마 선거 운동 내내 트럼프의 고함 소리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위협적인 제스처와 성추행에 대해 자랑스럽게 떠드는 태도를 보면서 과거 한 번쯤 겪었을 폭력적인 부모와 배우자, 그리고 상사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매거진>은 때문에 멜라니아에 대한 이런 동정심은 잘못된 것이며, 더욱이 멜라니아는 동정을 원하지도 않을뿐더러 동정을 받을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트럼프가 멜라니아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멜라니아가 학대를 당하고 있는지도 사람들은 알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