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감자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이다. 현행 상법은 상근감사를 두거나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상근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출하되, 단일주주가 3%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경영 감시가 임무인 감사에 대한 인사권을 경영진 선임권을 가진 대주주가 행사하는 데 제한을 둔 것이다. 이 때문에 총수가 있는 대기업은 대부분 상근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상법개정이 추진되면서 대기업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타운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 모습. 최준필 기자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이면 이미 선임된 이사들로 3명 이상 구성하면 된다.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는 의결권 제한이 없다. 총수 등 대주주가 감사위원회 인사권을 갖는 셈이다.
야당에서 논의 중인 상법개정안의 내용은 일반 이사(사외이사 포함)와 감사위원을 따로 뽑는 것이다. 현행 상법에서 상근감사를 선임하는 방법과 같다. 사실상 감사권을 장악해 온 총수와 대주주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수 있다.
감사의 권한은 꽤 막강하다.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시하고, 언제든 이사에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이사는 회사에 현저하게 손해를 미칠 염려가 있는 사실을 발견한 때에는 감사에게 이를 보고해야 한다.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고, 이사회에 임시주총을 청구할 수 있다. 해당 회사뿐 아니라 자회사의 영업과 재무 상태를 조사할 권한도 갖는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주요 쟁점이다.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지분율 51%의 대주주 1명과 지분율 1%의 주주 48명으로 이뤄진 주주총회에서 이사후보 A, B에 대한 표결을 한다고 치자. 집중투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2명의 이사에 대한 선임권은 과반 지분을 가진 대주주에게 결정권이 있다.
그런데 집중투표가 적용되면 1% 주주들이 두 후보 가운데 1명에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1% 주주들은 A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선임하지 않고 B후보에게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주주가 A 선임안을 가결시켜도, B후보에 대해서는 최대 96%를 가진 주주들이 결정권을 갖는 셈이다. 요약하면 소수 주주들을 대표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집중투표제가 도입은 돼 있지만, 회사 정관에서 이를 배제하도록 허용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근로자대표 등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의무적으로 선임하는 제도도 논의되고 있다. 근로자의 경영참여 또는 감시다. 독일에서는 이사회(board committee) 외에 감사위원회(supervisory committee)를 두고 있으며 여기에는 근로자 대표가 참석한다. 경영진의 경영 판단 결과가 근로자의 근무환경과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된 제도다.
전자투표제 의무화도 소액주주들의 힘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제도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주주총회를 연다. 현행 상법에도 전자투표제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사회 결의로 도입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보안 등을 이유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의 의결권은 주총장에서 직접 행사하거나 특정 주주에게 위임하는 방법밖에 없다. 결국 주총에 참석하지 못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셈이다. 전자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여러 기업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쉽게 행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대주주의 의결권 비중이 떨어질 수 있다.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재산권과 1주 1의결권 원칙에 어긋나고, 특정 세력이나 투기펀드 등이 훼방을 놓을 수 있다고 반대한다. 근로자대표 사외이사 선임도 경영간섭으로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전자투표제도 ‘대통령 선거도 전자투표로 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액주주들은 단기투자자가 많은데 과연 이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게 효율적인지 의문”이라며 “더군다나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주주가 바뀌는데, 지속적으로 이들을 대표할 사외이사가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증권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현행 상법에서도 경영 감시장치로서 감사의 독립성을 무겁게 보고 있다”며 “소수 주주들의 뜻이 사외이사를 통해 경영에 반영되면 그만큼 주주중심의 경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위험을 우려하는데, 경영을 잘하면 주주들이 이를 막아줄 것”이라며 “상장사인데도 대주주는 옳고 다른 주주들은 틀리다는 식의 사고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
영업이익률 64% 한토신 어떤 회사? 부동산신탁 압도적 1위…주가 내리막서 반전할까 한국토지신탁(한토신)의 지난해 매출은 1780억 원, 영업이익은 무려 1140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이 64%를 넘는다. 도대체 뭘 하는 회사일까.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토지신탁 건물. 이종현 기자 현재 부동산신탁은 11개 사가 영업 중이며 상위 4개 사의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한토신은 압도적인 1위 업체다. 한국토지공사 산하 알짜 공기업이었던 한토신은 2009년 민영화됐다. 차정훈 한토신 회장은 1963년생으로 오션비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한토신 외에도 코스닥상장 법인인 엠케이전자, 코레이트자산운용(구 마이에셋자산운용) 등을 거느리고 있다. 한토신 시가총액만 7200억 원이 넘고 반도체 부품 제조사인 엠케이전자 시장가치도 2200억 원에 달한다. 차 회장은 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오늘의 그룹을 이뤘다. 엠케이전자를 2009년 인수했고, 한토신은 민영화 후 2대 주주에 올랐다가 2013년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잔여지분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특히 한토신 경영권을 두고 2대 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벌여 승리했다. 현재 한토신은 차 회장이 이끄는 리딩밸류일호유한회사가 1대주주(34.08%다. 계열사인 엠케이인베스트먼트도 3.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5% 이상 대주주는 KB운용(13.83%), 국민연금(6.22%), 미래에셋자산운용(6.2%) 등 국내 큰손 투자자들이다. 2015년 주가가 448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내리막을 타면서 현재 주가는 2850원 수준이다. 하지만 현 시가총액이 작년 순이익(859억 원)의 8.4배에 불과해 밸류에이션이 비싼 편은 아니다. 부동산신탁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낮고 올해부터는 분양물량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