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소셜커머스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해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은 쿠팡 김범석 대표. 일요신문DB
소셜커머스 기업들은 최저가·배송 경쟁 등 서비스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판관비 증가로 수년간 영업 손실을 면치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5년 쿠팡의 영업손실은 5201억 원, 위메프 1424억 원, 티켓몬스터 1419억 원가량으로, 세 업체 모두 기업의 규모나 자본금에 비해 영업 손실이 상당한 수준이다.
가장 공격적이고 신선한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쿠팡이 지난 2일 소셜커머스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고 밝히면서 소셜커머스 시장은 사실상 2강 체제로 좁혀졌다. 그런 만큼 티켓몬스터와 위메프의 향후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소셜커머스와 관련해 위메프와 티켓몬스터가 세운 비전은 상이하다. 위메프는 소셜커머스 부문을 더욱 강화한다. 지난해 9월 위메프는 지역사업부를 ‘O2O 사업부’로 바꾸고 6년 간 지역별로 닦은 네트워크를 통해 소셜커머스 부문을 더욱 확장해나갈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티켓몬스터는 지난해 지역사업부를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쿠팡보다 앞서 조치를 취한 것이 예사롭지 않게 비친다.
유통업계에서는 소셜커머스 부문의 매출이 온라인 쇼핑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기업들이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 전체 매출 중 소셜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위메프와 티켓몬스터 역시 전체 매출에서 소셜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
급속도로 성장하던 소셜커머스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도 기존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사업을 접거나 강화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위메프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을 마련해놓고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세탁, 세차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 강화를 통해 소셜커머스가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봤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소셜커머스 사업을 포기한 까닭은 잘 되는 곳에 집중하고자 하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 관계자는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소셜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라며 “수요가 많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고자 하는 결단이다”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해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물류센터 시설투자와 인건비 증가 등 과도한 비용 증가로 쿠팡의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온라인 유통은 진입장벽이 낮고 고정비가 크지 않아 누구라도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유통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이 필요하다. 박종대 연구원은 “문제는 자본이다”라며 “마진이 없어도 시장 점유율 확보 전략을 2~3년 지속적으로 전개하려면 자본 여력이 충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과 과다 출혈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상당 기간 영업손실이 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이 필수라는 것. 하지만 대부분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기업 규모가 작고 자금력이 모자라 대형 유통업체나 홈쇼핑업체와 경쟁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
쿠팡은 앞으로 오픈마켓과 직매입-직배송(로켓배송) 부문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의 쿠팡 관계자는 “자세한 투자규모와 시기는 미정”이지만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향성만큼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