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게시판에서는 같은 사진이 다시 업로드 되기도 했다. 워마드 홈페이지 캡처.
[일요신문] 목욕탕에서 찍힌 것으로 보이는 남성들의 나체 사진이 온라인에서 유포됐다. 문제의 사진은 그간 몰카와 다르게 남성을 대상으로 했고 유포된 곳이 여성 우월주의 커뮤니티 ‘워마드(WOMAD)’이었기에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지난 7일 저녁 워마드 게시판에는 ‘목욕탕 몰카’라는 설명과 함께 남성의 나체사진이 올라왔다. 남성들의 손목이나 발목에 감긴 열쇠나 수건 등으로 장소가 목욕탕임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찍힌 전신사진이었고 사진 속 남성들은 속옷조차 걸치지 않은 나체였다. 또한 이들은 얼굴이나 신체 부위가 어느 곳도 수건이나 모자이크 등으로 가려지지 않고 전부 공개됐다.
이 같은 ‘남탕 몰카’는 워마드 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다른 글보다 더 많은 댓글이 달렸고 대부분이 남성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워마드 이용자들은 일부 남성들이 성인 사이트 등에서 여성 몰카를 보고 즐기는 것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사진의 출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일부 네티즌은 “동성애자 사이트에서 유포되기 시작한 사진이고 이것이 A 남성 커뮤니티에 올라왔는데 워마드 이용자가 다시 공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확한 근거는 없었다. 중간 출처로 지목된 A 커뮤니티는 포털 사이트 내 카페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신체 노출이 심한 사진이 올라오더라도 빠르게 규제의 대상이 된다. A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같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진 유출과 댓글을 소개했고 네티즌의 경찰청 신고 소식도 전했다. 보도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몰카의 존재를 인식하며 논란이 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지난 9일에는 논란을 비웃듯 ‘2탄’이라며 또 다른 나체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2탄 또한 남성의 얼굴과 신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몰카 사진 업로드 이틀 뒤, 2탄이라며 올라온 사진. 워마드 홈페이지 캡처.
이번 사건은 몰카의 대상이 남성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사건을 접한 이들은 남녀로 나뉘어 서로 간에 맹목적 비판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여성들은 그간 여성 몰카 보기를 즐기던 남성들의 행태 등을 지적했고 남성들은 워마드를 공격했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워마드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는 성별 간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단순 비판이나 욕설 외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시각을 내놓기도 했다. 다른 여성 이용자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남자가 몰카에 찍히니 즉각 기사가 나오고 경찰 신고도 이뤄진다”며 “인터넷에 여성이 피해자인 몰카는 수두룩한데 남자는 사진 몇 장으로도 이슈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진이 분명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짚으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여성들의 고통과 불안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06년 523건이 발생한 것과 비교해 2015년 7623건이 발생해 10년 새 10배가 훨씬 넘게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계적으로 파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면서 “몰카 범죄는 단순 112 신고가 아닌 고소·고발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진과 보도를 접한 남성들도 “‘탈의실 이용이 불안하다’는 여자들이 이해가 된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소라넷도 ‘워터파크 몰카’사건으로 소탕 작전이 시작됐다. 워마드에도 제재가 필요하다”며 오히려 남성이 주인공이라 더 크게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세우기도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사진 출처는? 동성애 커뮤니티 추측 일부에선 이번 ‘남탕 몰카’ 파문의 시작으로 동성애자를 지목했다. 사진이 올라오며 화제가 된 ‘워마드’에서도 사진 유출로 비판을 받자 “어차피 촬영한 사람은 여자가 아닌 목욕탕에 들어갈 수 있는 남자들”이라며 사진을 찍은 주체가 동성애자라고 주장한 것. 이들은 이 같은 주장과 동시에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워마드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도 사진이 동성애 커뮤니티에서부터 흘러 들어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사진 속 몰카 피해자들의 체형이 전부 비슷하다. 특정 취향을 가진 동성애자가 촬영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사진의 출처에 대해 “SNS에 ‘Korea gay’와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런 사진이나 동영상이 나온다. SNS에서 가져온 사진 같다”고 추측했다. 실제 익명성이 보장되고 콘텐츠 정책이 자유롭기로 유명한 SNS ‘텀블러’에서는 동성애자로 보이는 계정 운영자들이 해외 음란물뿐만 아니라 일생생활 등에서 일반인이 찍힌 수위 높은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해두고 있었다. 네티즌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촬영자나 유포자 등 진행 사항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몰카 촬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촬영 행위 외에도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 또한 같은 처벌을 받는다. 경찰 수사를 통해 촬영자와 유포자가 적발된다면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우나 남탕 탈의실에서 몰카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한 20대 남성은 지난해 2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사회봉사와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 받은 바 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