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캐멀백랜치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구장에서 캐치볼 훈련 중인 류현진.
올 시즌 류현진의 화두는 ‘건강’. 스프링캠프 동안 건강한 류현진을 보여줘야 로버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류현진은 지난 11월부터 일찌감치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LG 트윈스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코치는 LG 구단의 허락 하에 류현진과 4개월가량 동고동락하며 재활 훈련을 이끌었다. 류현진은 2월 1일 애리조나에 입성 후 2월 10일(한국시간) 현재, 두 차례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2월 10일 미국 애리조나 캐멀백랜치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구장. 전날(9일) 40개의 불펜피칭을 마쳤던 류현진이 캐치볼을 소화하기 위해 클럽하우스에서 필드로 나왔다. 현장에는 류현진의 불펜피칭을 지켜봤던 LG 강상수 코치와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 그리고 애리조나로 현장 실습을 온 KBO 심판 7명(김풍기 심판위원장)이 류현진의 등장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현진아, 몸 어때?” “뭉친 데 없니?” 강상수 코치의 질문에 류현진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류현진은 곧장 캐치볼을 시작했다. 평소 거리를 늘려서 하던 것과 달리 회복 훈련 차원이라 50미터 이상 벌리지 않고 가볍게 공을 주고받았다. 이날 류현진의 공을 받은 이는 서인석 LG 전력분석원. 한화와 LG에서 불펜포수를 맡았던 그는 류현진이 공을 던질 때마다 옆에 서 있던 강상수 코치에게 “어? 현진이 공이 좋은데요? 아주 힘이 넘쳐요”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인석 전력분석원의 얘기에 강상수 투수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심히 류현진을 살폈다.
기자가 강 코치에게 다가가 류현진의 몸 상태에 대해 묻자, “불펜피칭 후 다음 날 어깨가 아프면 지금 현진이가 던지는 체인지업을 못 던져요. 그런데 지금은 개의치 않고 던지잖아요. 그건 아무 이상이 없다는 얘기죠”라고 설명했다.
“어제 마지막 몇 개의 공은 좀 세게 던졌거든요. 구속을 재보진 않았지만 130km 정도는 나왔을 거예요. 재활 중에 구속을 올려서 던진 다음 날은 뭉치기 마련입니다. 캐치볼을 해도 공이 멀리 안 나가요. 하지만 지금의 현진이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공도 멀리 보내고, 투구 동작도 굉장히 깨끗해요. 좋아보여서 정말 다행입니다.”
류현진과 LG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도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전했다.
“오늘 현진이 얼굴 보셨어요? 밝잖아요. 그러면 된 거예요. 불펜피칭 후 투수들 몸 상태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굴 표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몸이 불편하면 지금과 같은 표정이 나올 수 없거든요. 어깨나 팔꿈치 부위가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좋다고 말하더라고요. 여기서 처음 50개의 불펜피칭을 하고 다음 날 캐치볼했던 것보다 오늘이 더 좋아 보여요. 고무적인 현상인 거죠.”
그러나 김 코치는 류현진 특유의 유연성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다고 말한다. 4개월 전, 한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류현진의 근육량과 근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는 것.
“현진이도 인정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유연성과 근력이 많이 떨어진 터라 다시 몸을 만들기가 상당히 힘들었죠. 한국에서 몸을 만드는 동안 어느 선수보다 강도 높게 훈련했어요. 아마 야구하면서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을 겁니다. 자기가 해야 할 운동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해나갔어요. 다저스 스프링캠프 합류를 앞두고 열심히 몸을 만들었는데 캠프 합류 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에요. 걱정이 있다면 부상 재발 위험인데 지금까진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어요.”
전날 불펜피칭을 마친 류현진에게 캠프를 앞두고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진행 상황에 대해 묻자 류현진은 “미국 진출 후 모든 시즌을 통틀어 지금의 몸 상태가 가장 좋다”며 자신 있는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최근 구단에서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재활 중인 자신을 선수단 전체 훈련에서 빼줄 수도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 “절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더 이상 열외되는 게 싫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몸 상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아직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지 않다 보니 류현진은 다저스 마이너리그 훈련장을 빌려 쓰는 LG 선수단이 있는 클럽하우스를 이용한다. 친형처럼 믿고 따르는 봉중근을 비롯해 가깝게 지내는 선후배들이 많다 보니 류현진은 이곳에서의 훈련이 심적으로 편하다. 2년 전에는 아예 LG 선수단에 합류해 같이 훈련했을 정도이고, 지난겨울에는 잠실구장에서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캐치볼을 하며 몸을 만들기도 했다. LG와의 인연이 그만큼 깊고 오래됐다는 의미이다.
류현진은 양상문 감독의 배려 하에 강상수 코치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듣기도 한다. 소속 선수들의 오전 훈련이 끝나는 시점에 류현진이 필드에 나타나고, 캐치볼, 불펜피칭 등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강 코치가 그 뒤에 또는 앞에서 류현진의 피칭 장면을 면밀히 살펴보는 형식이다. 강 코치에게 류현진의 훈련을 돕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매우 의미심장한 얘기를 들려줬다.
“현진이랑은 함께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현진이는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이자 후배 아닌가. 지난 2년 동안 마음고생 많이 했고, 이제 몸 잘 만들어서 재기하려고 몸부림치는 후배를 돕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현진이가 잘해서 한국 야구를 더 많이 알린다면 그 또한 기분 좋은 일 아닌가. 무엇보다 현진이가 사람들한테 잘한다. 인사성도 밝고 선후배들에게 살갑게 다가간다. 그런 점들이 현진이를 위해 조금이라도 뭔가를 해주고 싶게끔 만든다.”
류현진은 다저스 캠프 시작 전에 한 차례 더 불펜피칭을 가진 뒤 한국시간으로 17일부터 시작하는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