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광장 일대에 걸려있는 패딩점퍼
[일요신문] 노숙인들에게 방한용품을 기부하는 ‘목도리 나무’가 서울역 일대에 등장했다.
12일 오전 5시 경 서울역 광장 일대에 패딩점퍼, 손난로 등 방한용품이 걸렸다. 가로수에 걸린 방한용품에는 “힘내세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등이 적힌 쪽지도 있었다.
한국판 ‘목도리 나무’
‘목도리 나무’는 SNS를 통해 국내에 알려졌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방한용품을 나무에 걸어 놓은 사진이 한국에까지 전달되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한국판 ‘목도리 나무’ 만들기를 생각해낸 이들은 20대 청년들이었다.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들은 “최근 밴쿠버에서 나무에 옷을 걸어둔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며 “이 마음을 받은 누군가 또 마음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옷은 주위에 기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은 지난 8일부터 이어져온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살을 에는 추위에 인근 노숙인들은 나무에 걸린 옷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옷을 나무에 걸던 청년들은 이를 보고 “행복하고 뿌듯하다”며 “특히 한 분은 옷을 가져가셨다가 ‘더 필요한 사람이 쓰는 게 낫겠다’며 다시 두고 가셨다.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패딩점퍼 전면에 붙어있는 편지
미국이나 캐나다 각지의 공원에서는 목도리나 장갑이 걸린 나무를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서울역 광장 ‘목도리 나무’를 시작으로 또 다른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